‘정책 테마주’ 묻지마 투자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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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시장이 정권 교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나 국정 운영 원칙이 주가를 들었다 놓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한반도 대운하 착공 시기를 담은 국토해양부의 내부문건 유출로 28일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한 ‘대운하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하루 전에는 ‘남북 경협주’들이 호된 꼴을 당했다. 북한이 핵문제와 개성공단 확대를 연결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개성공단의 남측 당국자들을 쫓아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총선까지 다가오고 있다. 증시를 흔들 변수가 더 늘 수 있다는 뜻이다.

◇외풍에 웃고 울고=27일 밤 정부가 내년 4월 대운하 착공을 추진한다는 국토부 보고서가 새나갔다. 국토부는 서둘러 “실무자가 민간 제안에 대비해 검토한 것으로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장이 열리자 이화공영·특수건설·울트라건설 등 대운하주는 죄다 상한가로 날았다. “국민을 속여가며 ‘밀실 두더지 전략’을 하고 있었다”는 야당 비판이 주가엔 되레 ‘약’이 됐다. 투자자들이 내년 착공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전날까지 대부분 2~3거래일 연속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대북 경협주는 반대다. 개성공단의 남측 당국자 11명이 반강제로 철수하자 대북 송전 수혜주로 꼽혀온 이화전기는 27일 10% 넘게 급락했다. 선도전기·광명전기와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도 4~6% 빠졌다. 남북관계가 틀어지면 경협도 어그러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뇌동 매매는 곤란=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변수는 수시로 돌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편승해 주식을 거래하는 건 위험천만하다. 대운하가 그렇다. 설령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대운하 건설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18대 국회가 개원하면 일단 규제개혁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그런데 (대운하를) 덜렁 내놓으면 법안 처리가 잘되겠나”라고 말했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국가 장래가 달린 문제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 여론도 변수다. 대우증권 정근해 선임연구원은 “대운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관련주가 오르지만 아직 변수가 너무 많다”며 “사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이들 업체가 다 혜택을 본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회사 내용도 보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건 더 위험하다. 동양종금증권 이광수 연구원은 “대운하 주변에 공장부지가 있다는 이유로 오르는 종목도 있다”고 전했다.

남북 경협주도 마찬가지다. 일부 경협주는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외려 올랐다. 개성공단 입주사인 신원은 6% 넘게 뛰었고 전날 급락한 이화전기도 소폭(0.68%)이지만 올랐다. 고려대 유호열(북한학) 교수는 “남북 경협에 큰 차질이 생기면 북한이 가장 손해”라며 “개성공단 입주사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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