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수동 기구로 커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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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만원대의 수동식 기구로도 집에서 맛있는 원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드리퍼(dripper)를 이용하는 것이다. 1만원대의 드리퍼에 여과지를 얹고 커피 가루를 넣은 후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가 추출된다. 주전자는 커피 가루를 골고루 적셔줄 수 있도록 주둥이가 가느다란 게 좋다. 주전자 주둥이를 드리퍼에 가까이 대고 중앙에서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가장자리까지 촘촘히 적신다.

커피 가루 양의 10배 정도 물을 부으면 커피 가루 7.5배가량에 해당하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커피 가루와 여과지가 물의 일부를 흡수하기 때문에 커피 양이 부은 물만큼은 안 나온다. 추출한 커피는 기호에 따라 그대로 마시거나 희석해 마시면 된다. ‘허형만 압구정커피집’의 허형만 대표는 “처음 물을 적실 땐 원을 가늘고 촘촘하게 하되 갈수록 굵게 그리는 게 좋다”며 “이 모든 과정은 3분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오래 또는 많이 추출하면 커피의 떫고 쓴 성분이 우려 나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이 팔리는 드리퍼 브랜드로는 ‘칼리타’ ‘고노’ ‘보덤’ 등을 꼽을 수 있다. 백화점·할인점·온라인쇼핑몰뿐 아니라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에서도 판다. 온라인쇼핑몰 인터파크에선 칼리타 드립세트를 2만1000원에 판매 중이다. 원두커피용 주전자 브랜드로는 10만원대의 ‘다카히로’가 유명하다. 하지만 주둥이가 좁은 일반 주전자를 사용해도 관계 없다.

프레스필터를 이용하면 더 간단히 원두커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좀 굵게 분쇄한 커피를 1잔(150mL)당 8g씩 포트에 넣고 물을 붓고 약 5분 뒤 프레스를 내리면 커피가 추출된다. 프레스필터 브랜드로는 ‘보덤’이나 ‘알레시’가 많이 알려져 있다. 용량과 디자인에 따라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있다. 프레스필터에 적당한 품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온 커피다.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레터에서 “수마트라산 커피는 프레스필터에 내려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전하기도 했다.

모카포트를 이용하면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맛과 향을 가정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에스프레소용 커피 가루를 잔당 6~7g씩 준비해 포트 중간의 여과통에 넣고 포트 아래에 물을 부은 후 약한 불로 1분쯤 가열하면 추출액이 위로 올라온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탈리아에선 90% 이상의 가정이 모카포트를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종의 원두=커피콩은 수백 종이 있지만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나뉜다. 고급 원두커피는 아라비카, 커피믹스나 인스턴트 커피는 로부스타를 각각 쓴다. 커피 산지에 따라 신맛이 강하고 청량감이 있는 아프리카·아라비아산, 무겁고 흙 냄새 물씬한 아시아·태평양산, 원두커피의 맛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라틴아메리카산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블루마운틴’ ‘콜롬비아 수프레모’ 등은 특정 농원에서 생산되는 고급 아라비카종 커피의 명칭이다.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산의 2000m 이상 고지대에서, 콜롬비아 수프레모는 콜롬비아의 18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오는 제품을 지칭한다. 이런 품종들은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산량이 적어 희소가치가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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