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직장인 휴가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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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인들의 진정한 휴가를 즐길수있는 유일한길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전화나 팩시밀리 혹은 모뎀과 같은 통신수단이 완전히 단절됨으로써 상사나 고객들로부터 시달림을 받지 않을수있는 장소가 스트레스로 찌든 직장인들에게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세계와 통신을 끊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최근 시카고의 한 대기업 부장인 쿠크 바우스만은 위궤양 때문에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그의 위궤양이 신경과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휴식밖에는 약이 없다고 말했다.
그길로 바우스만은 플로리다와 위스콘신에 있는 두곳의 별장으로휴가를 떠나 하루종일 낚시만 했다.그러나 위궤양은 좀처럼 낫지않았다.그의 별장에는 전화와 팩시밀리가 있었고 이것들이 그의 위장을 한시도 편하게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보다 못한 바우스만의 친구는 멕시코에 있는 란초 레오네로라는시골 마을을 그에게 추천했다.이 마을에는 다행스럽게도(?) 전화가 한대도 없었다.
휴가가 끝날 즈음 바우스만의 위궤양은 신기할 정도로 호전됐고그뒤로 그는 1년에 세번씩 란초 레오네로를 찾아간다.
최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사파리를 즐기고 온 美월街의 주식브로커인 리처드 프리드랜더는『온종일 야생동물들을 쫓아다니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고객을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산간벽지에서 퍼설이라는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폴 리슨은 일중독증 환자가 휴가를 망칠뻔했던 일화를 소개한다.헬리콥터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그의 산장에 얼마전 텍사스의 정유회사 간부가 휴가를 보내러 왔었다.숲속에서 30시 간 동안 신나게 사냥을 하던 그는 갑자기 일중독증이 발작,리슨에게 회사와연락할 길이 없느냐며 안달하기 시작했다.
리슨이 이 산장에는 전화도 없고 외부와 연락하는 유일한 방법은 헬리콥터를 타고 나가는 것이라고 하자 그는 당장 자신의 짐을 꾸려달라고 말했다.
부인과 리슨의 간곡한 설득으로 겨우 불안감을 가라앉힌 그 고객은 결국 남은 휴가를 산장 에서 보냈고 얼마후 리슨에게 『지난번 휴가는 일생 처음 맛본 진정한 휴가였다』는 감사편지를 보냈다. 직장인들의 편안한 휴가를 방해하는 요소는 또 있다.부하직원을 들들 볶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않는 상사들이다.뉴저지의 컴퓨터회사에 다니는 마크 카플란은 그의 사장이 『1주일에 7일,하루에 24시간 호출기를 휴대하지 않으려면 딴데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했다면서 휴가 때마다 『호출기의 건전지가 떨어졌었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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