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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신고 거부 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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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핵 6자회담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이 대북 압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국내 정치 일정상 8월이 지나가면 의미 있는 결정이 있어도 집행되기 어렵다”며 북핵 문제 해결의 사실상 데드라인을 8월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다 구체화한 발언이다.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조를 강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다져 가고 있는 것이다.

유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연말 끝내기로 합의된 북한의 핵신고가 3개월째 지연돼 북핵 프로세스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장관이 이날 8월을 데드라인으로 본다고 한 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한 것이다.

유 장관은 “2000년에도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방북을 계획했지만 시간에 쫓겨 무산됐다”며 “그때 북한이 (북·미협상) 프로세스를 석 달만 앞서 갔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자회담이 다음달이라도 열려야 미국에서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6자회담이 계속될 모멘텀(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장관은 “26일 회담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며 “대북관계에 민감한 문제이므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중국·러시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청해 온 아프가니스탄 지원 확대와 관련, 유 장관은 “36명 규모의 1차 지역 재건팀(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을 현지에 파견 중이며 (추가 파견은) 추후 필요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미국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북한이 식량 상황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지원을 요청하면 그때 판단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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