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석 달째 마이너스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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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상품수지가 나빠진 데다 서비스수지도 만성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23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1월(27억5000만 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대형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1~2월을 합친 누적 적자는 51억 달러에 달한다.

경상수지가 20억 달러 이상의 대형 적자를 두 달 연속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게다가 3~4월에도 개선될 조짐이 없다. 국제유가와 같은 해외 변수가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수출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또 앞으로 한두 달간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일제히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경상수지 적자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외 배당금은 경상수지 가운데 소득 수지의 지급 항목에 잡혀 적자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이상현 한은 국제수지팀 차장은 “유가와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3월에도 1, 2월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의 경우 수출이 지난해 2월보다 18.8% 증가했으나 국제 원자재가 급등으로 수입이 이보다 훨씬 높은 27.6% 늘면서 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입 증가율이 1월(31.0%)보다 다소 낮아져 상품수지 적자 폭은 전달의 11억 달러에 비해 5억 달러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외국 기업에 대한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증가해 적자 규모가 전달보다 1억1000만 달러 많은 22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는 절반이 조금 안 되는 10억4200만 달러였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마치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정에서 살림이 어려워지듯 성장률이 둔화되고 고용 사정도 나빠진다. 또 대형 적자는 대외적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송재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중 경상수지 적자가 한은의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할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 경제가 관리할 수 없는 변수 탓이 크다”고 덧붙였다.

당초 한은은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를 85억 달러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망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망치의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내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내주는 돈이 많아지므로 원화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93.0원으로 전날보다 5.2원 높아졌다. 원화가치는 3월 들어서만 6% 가까이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월 중 원화의 절하 폭이 16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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