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3.시사문제 철학적 관점서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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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31 교육개혁」에 따라 97학년부터 대학별고사는 사실상논술 한과목으로 치러지게 돼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이에 따라 대학은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논술시험 형식을 개발하는데,그리고 각 고등학교는 이에 대비한 교과과정을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고교에서는 신문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강구되고있다.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사태에 대한 시각과 분석을 제공하기 때문에 논술 학습에 매우 유용하다.최근 中央日報의 NIE도 바로 신문의 이러 한 기능을 교육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95학년도 입시에서는 반인륜적 범죄가 기승을 부린 사회상황을반영하듯 논술 논제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치관 갈등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묻는 시사적인 논제(이화여대.한양대.동국대.
성균관대)들이 많이 출제됐다.
그러나 신문의 기사나 해설.분석 등이 논술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신문은 특성상 그때의 사건을 중심으로 배경을 설명하거나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 이상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논술은 시사적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거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출제되지는 않는다.예컨대 「노인문제에 대한 대책을 쓰라」「남북통일방안에 대해 쓰라」「쓰레기 처리의 방안에대해 쓰라」식의 논제는 적절치 않다.중요한 것은 이 러한 시사적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주제화하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은 신문의해설기사나 분석기사에만 의존해서는 얻을 수 없으며,그것은 인문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이론적 학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우리 사회의 향략.소비문화를 예로 들자면,「그것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책」등과 같은 문제는 적절치 않다.이 주제가 논술에 적합한 논제가 되기 위해서는「쾌락은 언제나 좋은 것인가」하는 철학적 논제로 주제화돼야 한다.
선거와 관련된 문제라면「다수의 의견이 꼭 진리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심화된 철학적 논제로 출제될 수 있다.또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라면 「세계화 속에서 민족주의의 존폐」나「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관한 논제들이 출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시사적 문제를 계기로 하되,그것을 한단계 뛰어넘어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간관.자연관.사회관을 확립할 수 있는 보편적인 논제를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서울대 백종현교수(철학)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金蒼浩 本社 전문기자.哲博〉 〈다음 주에는「인문.사회과학 지식이 필요하다」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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