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 골목에서 경찰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면의 기와집이 숨진 김재학씨의 자택이다. [사진=황선윤 기자]
◇범행 재구성=강씨는 26일 0시쯤 생가를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강씨는 구미 시내를 돌아다니고 금오산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등 시간을 보낸 뒤 오후 4시38분쯤 다시 생가에 들러 주변 쓰레기를 줍고 비질을 하는 등 청소를 했다. 오후 5시40분쯤에는 “옷이 더러워진다”며 상의를 벗어 놓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뒤 청소를 계속했다. 이를 본 피해자 김씨가 “문 닫을 시각이니 나가라”고 하자 강씨는 순간적으로 김씨를 넘어뜨려 살해했다. 강씨는 김씨를 살해한 뒤 10분 동안 김씨 옷을 벗겨 찢어 김씨를 묶고 자신도 벌거벗었다. 이를 본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1㎞가량 도주하던 김씨는 경찰에게 붙잡혔다. 숨진 김씨의 웃옷 주머니 양쪽에 있던 행정봉투와 지갑 두 개에는 수표와 현금 등 799만원이 있었으나 강씨는 손대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강씨의 이상행동=경북 예천이 고향인 강씨는 구미의 한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상주에서 에어컨 수리기술을 배운 뒤 2월부터 구미 시내 에어컨설치업체에서 일해왔다. 미혼으로 시내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가족들은 “내성적이지만 정신적으로 이상한 걸 못 느꼈다”며 “정치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인물은 못 된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강씨가 다닌 업체 사장 조모(39)씨와 직원은 “출근 첫날부터 강씨가 이상한 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사무실 바닥을 청소한 뒤 사람 발자국이 생기면 다시 물걸레로 청소하는 등 유달리 청소에 집착했다는 것. 심지어 김씨를 살해한 뒤 손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묶어 놓기도 했다.
◇의문점은 없나=강씨가 사건 당일 0시 생가에 들렀다가 오후에 다시 들러 범행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5일 생가를 방문한 지 하루 뒤 범행이 일어났다는 점도 공교롭다. 강씨는 따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것 같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 “수사도 되기 전에 결론을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의혹을 가지지 않게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