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 도시’로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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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주가 영화 도시로 부활하고 있다. 2006년 전주 남부시장에서 있었던 영화 ‘이장과 군수’(장규성 감독)의 촬영 장면. [전주시 제공]

전통문화의 도시로 알려진 전북 전주시는 1950년대 한국 영화산업의 주요 본거지 중 하나였다. 국내 첫 컬러영화인 ‘선화공주’를 비롯해 ‘아리랑’ ‘피아골’ ‘애정산맥’ 등 영화사에 남는 작품들이 이 지역에서 줄줄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퇴조와 함께 영화도시 전주의 명성도 빛이 바래졌다.

하지만 최근 전주가 영화 중심도시로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국내 최다 영화 촬영지로 자리를 잡으면서 영화산업은 전주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됐다. 최근에는 상림동에 실내외 세트장을 겸비한 종합촬영장까지 만들었다. 종합촬영장은 경기도 남양주에 이어 두 번째다. 110억원들 들여 지은 이 촬영장은 전체 부지 5만6000여㎡. 실내 세트장은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연건평 2067㎡)로 대형 스튜디오(1044㎡)와 제작실·분장실·스탭실 등을 갖췄다.

영화도시 전주의 부활은 이 도시에서 찍는 영화 편수에서도 보인다. 전주에는 전국의 영화 제작진이 몰려와 한해 50~60여 편의 영화를 찍는다.

전주가 촬영지로 뜨는 이유는 지자체가 영화 제작자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이다. ‘전주 영화의 부흥’을 내걸고 2001년 설립된 영상위원회는 작품 내용에 맞는 장소를 헌팅해 주고 엑스트라 조달, 숙박시설 섭외, 음식점 소개까지 해주고 있다. 도지사·시장 사무실도 영화 촬영장소로 곧잘 개방된다.

지난해 12월 찍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경우 촬영을 위해 시내 삼천동 사거리를 7시간이나 통제해야만 했다. 주변에 도서관과 중학교가 있는 데다 차량 통행량이 많아 제작진은 촬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영상위원회 직원들은 4~5곳의 반상회를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 교통 통제 동의를 얻어냈다. 정윤철 감독은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노력을 보여준 전주시에 감동했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을 정도.

여기에 전통 건물이 많은 도시 분위기도 장점이다. 교동·풍남동에는 100년 가까이 된 한옥들이 즐비하고, 조선시대 향교·객사 등도 많이 남아 있다.

영상위원회는 영화 제작진의 밥값·숙박료 등으로 전주에 직접 유입되는 돈이 한해 60억~80억원, 간접적 파급효과까지 치면 150억~200억원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앞으로 영화제작뿐 아니라 편집·녹음·사운드 작업 같은 이른바 ‘후반 작업’까지 할 수 있는 디지털마스터링센터를 설립,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화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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