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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0.첫 사이버펑크 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지난 5월 영국 중부 소도시 코번트리의 워릭대학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의 사이버펑크 리더들이 총집합했다.
유럽.북미.호주 등 21개국에서 사이버 철학자.예술가.컴퓨터전문가.문학평론가.심리학자.미디어학자 등 1천여명이 5월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가상의 미래95:사이버혁명」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80여개의 주제발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 대회엔 사이버스페이스 문화,가상현실과 사이버섹스가 몰고온 가치혼란과 새로운윤리,현실로 나타나는 사이버펑크 문학의 상상력,사이버페미니즘에이르기까지 충격적이고 독창적인 발표와 열띤 토 론으로 가득찼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워릭대학 철학과 박사과정 에릭 캐시디(29)는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자본론)을 원용해 『지금까지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첨단기술과 컴퓨터가 가져온 가상의 미래 상황을 단지 해석하기만 했다.이제 그것을 변형시 키고 우리욕망에 값하는 상황을 창출할 때』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 발표는 비디오와 음악을 총동원한 일종의 멀티미디어 행위예술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이버문화가 만들어낸 신조어와 신개념들이 난무하는 토론장에서보여주는 참가자들의 즉석 논쟁들은 또하나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개척해나가는 현장이었다.
기조발표를 한 캐나다의 사이버예술가 아서.매릴루이스 크로커 부부는 「미래를 해킹하기(Hacking The Future)」라는 개념으로 이 대회 전반의 철학을 설명했다.
크로커부부에 따르면 컴퓨터 기술과 사이버스페이스의 눈부신 발달의 결과 세계는 밝은 미래가 놓여있다고 주장하는 「테크노토피아」측과 불확실성과 혼돈이 팽배한 미래를 준비해야한다는 「미래를 해킹하기」파가 대립돼 있다는 것이다.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는 것.
무엇보다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실험영화.행위예술 공연 등각종 이벤트들이었다.추상적인 컴퓨터 그래픽과 전자음악으로 인간과 뒤섞인 사이보그와 가상의 미래에서 변형된 사회를 보여주는 실험영화들,파리와 런던의 유명 DJ들이 나선 환 각적인 「레이브」음악 파티,해커들과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실제를 보여주는 비디오와 서적 전시회 등은 대학 전체를 사이버펑크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특히 프랑스 디종 국립예술학교 교수이자 행위예술가인 오를랑은 아무런 외과시술이나 마취없이 이물질을 자신의 귀밑을 찢어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보여줘 청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상의 미래 95」의 홍보를 맡은 오토 임켄(28.워릭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은 『거의 모두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인터네트에서 이미 충분히 정보를 얻고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있어 대회가 가상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권에서는 「문학작품에 나타난 신경 생리학적.심리학적해석」을 발표한 부산대 영문과 김상구(金相九)교수와 中央日報 취재진만이 참가한 「가상의 미래」대회는 첫 성공에 힘입어 96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코번트리(英)=蔡奎振.權 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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