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서평 문학]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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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소년의 마지막 12일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에릭 에마뉘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문학세계사, 7500원)=이슬람교.불교 등 각각 다른 종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권의 연작소설의 첫번째 작품.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를 선고받은 열살 소년 오스카가 기독교 하나님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취했다. 천진난만한 오스카는 간호사 장미 할머니의 제의를 받아들여 인생의 마지막 12일의 하루하루를 10년처럼 보낸다.

***詩로 본 美병원 인턴수업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마종기 지음, 문학과지성사, 6000원)=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의사로, 시인으로 활동하는 마종기씨가 1960년 출간한 첫 시집 '조용한 개선'부터 2002년 출간한 아홉번째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중에서 77편을 가려 뽑았다. 미국의 병원에서 혹독한 인턴 수업을 받으며 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밝힌 글 '나의 시를 말한다', 연보 등을 따라붙였다.

***천재 만들기 교육실험

◆사랑과 교육(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남진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8000원)=철학자이자 문필가인 우나무노는 생전 남유럽의 키에르케고르라고 불렸다. 국내 처음 번역되는 그의 장편소설 '사랑과 교육'도 의식의 흐름과 내적 독백을 중심으로 한 실존주의 소설의 냄새가 짙다. 19세기 말 실증주의에 빠진 주인공 카라스칼은 교육을 통해 천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삶의 아름다운 진실 포착

◆마음의 섬(이태동 지음, 효형출판, 9800원)=30여년간 강단에서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영문학자인 저자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통찰력과 의식의 눈을 통해 발견한 삶의 아름다운 진실, 그것을 언어로 옮겨 결국 삶의 자국인 동시에 사금(砂金)과도 같은 의식의 잔무늬들'인 산문을 책으로 묶었다. 이씨의 눈에 포착된 대상은 고향집.작은 고모.여름 소나기.능소화.새벽 등산.어린 시절 연날리기 같은 것들이다.

***13년 투병 시인의 창작

◆길(이상헌 지음, 한비미디어, 8000원)="태어나 지금까지 숨쉬고 살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목마르면 물을 마시면서도/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모르고 살았습니다' 중) 수사(修辭)없이 솔직한 속내를 소박하게 드러내는 이씨의 시를 껴안기 위해서는 그의 병력을 참고해야 한다. 이씨는 20대에 폐결핵 등 10여가지 질환에 13년을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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