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탄핵안 가결] 野 "승리했으나 기쁘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당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변선구 기자]

▶ 조순형 민주당 대표(中)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소속 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12일 탄핵안 가결 직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상기된 얼굴로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두 당의 당직자 100여명이 길게 늘어서 "와"하는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으나 의원들은 무표정했다. 승리에 대한 만족감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승리엔 안도…향후 국정엔 부담"=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연 뒤 한 목소리로 대통령 직무대행인 고건 총리에게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포함해 야3당 대표는 13일 회담을 열어 정국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高총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원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야권은 4당 대표회담을 제의했으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거부해 야3당만 모이게 됐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비록 승리했으나 기쁜 날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뽑은 지 1년 만에 나라가 이 지경이 돼 탄핵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도 "탄핵안 가결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임을 잊지 말고 사려 깊게 행동하자"고 당부했다.

민주당도 본회의 후 의원총회.상임중앙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공식적으로는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입장을 냈으나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탄핵한 현실 앞에 착잡한 표정이었다. 이윤수 의원은 "나라의 불행"이라고 했다. 조순형 대표는 "탄핵소추에 참여한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겸허한 자세로 17대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건 체제의 신속한 정착에 적극 협조하고 헌재 결정을 냉정하게 지켜보겠다"며 "우리는 탄핵심판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경제 되살리기와 민생안정을 위해서도 개헌 논의는 지금 해서는 안 된다"며 "총선도 반드시 4월 15일에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역학 관계에도 영향=탄핵안 가결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 상황과 지도부 간 역학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한나라당의 경우 탄핵 정국을 주도한 崔대표와 洪총무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이다.

그 결과 18일 당 대표 경선을 하는 임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선 전대 취소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崔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이 빅매치가 안 돼 마음에 덜 든다"고 말했으며, 洪총무는 대표 경선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소장파 일각에선 탄핵 정국을 이유로 지도부가 기득권 유지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새 불씨가 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탄핵을 총지휘한 조순형 대표의 위상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곧 출범할 선대위에서도 당초 탄핵안에 반대했던 추미애 의원보다 趙대표에게 힘이 더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