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야간조명 은은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강다리 조명을 바꾸는 사업의 1단계가 마무리되면서 한강의 야경이 달라지고 있다.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정도의 지나치게 밝은 빛 대신 간접 조명으로 은은하게 만들었다. 최근 조명 공사를 끝낸 한강대교<左>와 동작대교의 야경. [서울시 제공]

날이 따뜻해지면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밤에 한강에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리 조명으로 한층 더 화려해진 한강의 야경을 찍기 위해서다.

서울 한강다리에 야간 조명이 생긴 것은 불과 10년도 안 됐다. 1999년 올림픽대교가 처음. 이후 2003년 말까지 서울시 교량 중 13개에 야간 조명이 설치됐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밤 도시의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때까지는 ‘한강다리 야간 조명 1.0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한강다리 야간 조명이 ‘2.0 버전’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80억원을 들여 올 연말까지 한강다리의 야간 조명을 대부분 바꾼다. 1단계로 동작·한강·원효·양화·가양·성산대교 등 6개 다리에서 최근 공사가 끝났다. 올 10월까지는 천호·올림픽·광진·동호·성수·한남·반포·잠실대교와 당산·잠실철교가 바뀐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다리 17개 중 철새보호지역인 밤섬 위를 가로지르는 서강대교는 유일하게 야간 조명을 하지 않는다.

◇화려함에서 은은함으로=2.0 버전의 특징은 ‘불빛이 직접 보이지 않게 하고, 지나치게 밝은 빛을 피하며, 색은 은은하게 한다’는 것이다. 밝고 강하고 화려한 데만 신경 썼던 1.0 버전과는 대조적이다. 우선 직접 조명을 간접 조명으로 바꿨다. 시민들의 눈에 바로 전달되는 빛을 없애고, 교각의 조형물에 우선 반사되게 했다. 가양·성산대교의 경우 교각 하부에 있던 1800W의 등을 없앴다. 이 등에서 나오는 빛이 너무 강한 탓에 멀리서 보면 다리 위에 ‘빛의 터널’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운전 중 눈이 부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강대교의 경우 청색 계열의 등을 백색등으로 바꿨다. ‘청색이 우울하고 음산한 느낌을 준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원효대교는 지나친 보색 대비 효과를 없앴다. 새로운 조명의 컨셉트는 서울디자인담당관실이 지난해 한강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끝에 가닥을 잡았다.

◇한강다리 조명의 궁금증 셋=서울시 홈페이지에는 “한강다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시각에 유람선을 타고서 다리 밑을 통과하고 싶다”는 데이트족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프로포즈를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정확히 다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정답은 ‘일몰 뒤 15∼20분’이다. 일몰 시간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야간조명 점등 시간도 매일 1분30초 정도씩 달라진다. 한강다리의 야간 조명은 남산송신소에서 전파를 받아 자동적으로 켜진다. 3∼10월에는 오전 1시까지, 11월∼이듬해 2월에는 자정까지 조명을 켜놓는다.

야간 조명에 쓰이는 램프는 얼마나 자주 교체할까. ‘2년’이다. 한강 조명에 쓰는 램프는 수명이 3년이나 조도의 통일성을 이루기 위해 2년마다 일괄적으로 교체한다. 한강 다리 전체의 야간조명 유지비는 연간 3억5000만원이다. 가로등에 적용되는 전기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싸게 든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