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과학 관련 글 두루 읽고 기록 남겨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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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대중화는 물론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과학 글쓰기 교육이 중요합니다.”

정재승(바이오 및 뇌공학과) KAIST 교수는 과학 글쓰기 분야의 ‘전도사’라 할 만하다. 여러 매체에 과학 칼럼을 꾸준히 쓰면서 대중과학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등을 펴낸 것은 글쓰기가 과학 분야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와 논증적 추론을 통해 정확한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지적 활동이기도 하지요.”

정 교수는 그래서 과학 글쓰기가 중·고교 과정의 필수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학설을 외우고 정답을 맞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비판·재창조하게 하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글을 써나가면서 주제의 명확성·글의 체계성·예제의 적절성·논지의 논리성·인용의 정확성·표현의 다양성 등을 점검하다 보면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진다는 말이다.

“요즘은 각종 과학경시대회나 과학 영재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정답 맞히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결과보다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에 더 주목합니다. 글쓰기는 그런 과정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그가 글쓰기 과정을 졸업 필수과목으로 정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 글쓰기를 이공계 필수과목으로 정한 서울대, 박사과정 교양과목에 과학 글쓰기를 개설한 영국 웨일스대 등을 사례로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과학 교양서·신문의 과학 칼럼·과학 잡지 등이 점점 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과학 분야의 글을 쓸 때는 새로운 과학적 시각으로 기존의 사물과 사회 현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흥미 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중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문용어는 피하되 사용할 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수식은 적절한 예제나 비유로 바꿔 설명하기 ^문장은 짧고 명쾌하게 쓰기 ^핵심은 앞머리에 제시하기 ^요점 파악이 쉽도록 단락 활용하기 ^과학지식은 정확하게 인용하기 ^실험 결과는 쉽게 풀어쓰기 ^대중적 흥미와 사회적 의미를 가진 소재 선택하기 등을 제시했다.

“자녀의 과학 글쓰기 훈련을 위해서는 과학저널, 과학도서와 칼럼을 많이 읽혀야 합니다. 독서한 뒤에는 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그 내용으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 좋습니다. 모르는 것도 재확인하고 생각도 정리되거든요.”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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