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년 패티김 내달부터 순회공연 “가수는 말보다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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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이 24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5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

24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오키드룸. 많은 취재진이 기다리는 가운데 팝송 ‘마이 웨이(My Way)’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영원한 현역’ 가수 패티 김(70·본명 김혜자)이 등장했다. 패티 김의 음악인생 50주년을 축하하는 기자간담회 자리다.

‘마이 웨이’는 1958년 미8군 무대에서 시작해 반세기 동안 음악 외길을 걸어온 그에게 딱 어울리는 노래다. 회견 장소 또한 각별했다. 조선호텔은 패티 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 그는 59년 이곳 사교클럽 전속가수로 활동하며 가요계에 공식 데뷔했다.

사회자로 나선 후배가수 유열(47)이 대선배를 소개했다. 박수가 터졌다. 패티 김은 노래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의 히트곡 ‘초우’의 한 소절을 불렀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이어 인사말이 터졌다. “가수는 말보다 우선 노래를 해야 긴장이 풀립니다. 반갑습니다. 패티 김입니다.”

‘가수는 노래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자신의 음악철학에 걸맞은 파격적 도입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미세하게 떨렸다. 50년 베테랑 가수도 긴장한 것이다.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따로 만난 자리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 행사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르기로 했다. 그게 가장 패티 김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레고 긴장돼 약간 떨면서 노래했다”고도 했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소회가 궁금했다. 그는 “50년 전 데뷔 때와 마찬가지로 설레고 긴장되지만, 무척 기쁘고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또 성숙한 ‘예인(藝人)’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50주년을 맞은 자신을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절정의 화려함과 신비감을 자랑하는, 저무는 해”에 비유했다. 박수를 받으며 마라톤 골인 지점에 들어서는 선수 같다고도 했다. 일몰 직전 모든 에너지를 연소하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태양처럼, 올 50주년 기념공연 ‘꿈의 여정 50년, 칸타빌레’에 혼신을 쏟아 붓겠다는 다짐이다.

공연은 다음달 26일 목포 시민문화체육회관에서 시작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4월 30일~5월 2일), 고양 아람누리 오페라하우스(5월 30, 31일),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6월 7, 8일) 등 전국 25개 도시에서 50회 이상 열린다. 미국·영국·일본·캐나다·호주 등 해외공연도 예정돼 있다. 다음 달 나올 50주년 기념음반에는 ‘나의 노래’(김희갑 작곡·양인자 작사), ‘내 친구여’(하광훈 작사·곡) 두 곡의 신곡이 포함된다.

패티 김은 데뷔 40주년 때 “50주년 기념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고 소망했다. 그 꿈이 드디어 이뤄진 것이다. 그는 요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바로 평양 단독공연이다.

“83년 이산가족 상봉의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평양에서도 부르고 싶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8번이 ‘이별’이라고 들었어요. 김 위원장 앞에서 꼭 한번 불러보고 싶네요.”(웃음)

패티 김의 부모 고향 또한 북쪽이기에 평양 공연에 대한 그의 꿈은 더욱 간절해 보였다. 지난달 26일부터 그의 음악과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본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에 연재하고 있는 그는 “오직 노래의 힘으로 인생의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후배들도 그런 각오와 열정으로 무대에 충실한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그에게 따로 물어봤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하셨는데 그 장면이 무엇이죠.” “그냥 서프라이즈(surprise)로 남겨 둡시다.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웃음)

글=정현목 기자, 사진=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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