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은 ‘은둔의 왕국’ 부탄이 24일 사상 첫 총선을 치렀다. 역사적인 총선이 실시된 이날 아침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부탄인들이 전국 180여 곳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 줄을 섰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투표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친구와 줄을 선 교사인 탄딘 왕모(28·여)는 “부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체왕 데마(65·여)는 투표하기 위해 14일 동안 600㎞를 걸어 고향인 트라시양체를 찾았다고 ‘부탄 타임스’가 전했다.
이번 선거로 하원이 구성되면 100년여 계속돼 온 부탄의 절대왕정은 막을 내리게 된다. 입헌군주제의 민주주의 국가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신은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아닌 왕의 결정과 명령에 따른 것이다. 부탄의 두 정당인 국민민주당(PDP)·부탄통일당(DPT)과 국민은 오히려 왕정을 선호한다. 변화가 두려워서다. 그럼에도 민주화를 향한 도전에 나선 것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왕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와 AP 등은 전했다.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은 2001년부터 일상적인 행정권을 각료 위원회에 넘기고 민주 개혁안을 담은 헌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2005년 12월에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즉위한 현 국왕도 그 뜻을 이어받았다.
부탄 왕조는 1907년에 들어섰다. 1910년 영국에 외교권을 넘겨줬고 49년에는 인도와 비슷한 형태의 조약을 맺어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4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레스터대가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에서 부탄은 8위를 차지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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