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듣는 음악에 대한 갈증 … 힘있는 발라드로 채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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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광진(44·사진). ‘마법의 성’ ‘여우야’ ‘편지’ 같은 애절한 발라드를 만든 가수 겸 작곡가로 유명하다. 그가 새 앨범 ‘라스트 데케이드(LAST DECADE)’를 냈다. 네 번째 솔로 앨범 ‘솔베이지’(2002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룹 ‘더 클래식’ 때를 포함하면, 여덟 번째 앨범이다.

공백 6년? 이해할 만하다. 아티스트와 펀드매니저(동부자산운용 팀장), 흔치 않은 이종교배를 시도해온 그 아닌가. 그가 운용하는 ‘더 클래식 펀드 시리즈’는 지난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일 오후 여의도 증권가의 한 카페에서 김광진을 만났다. 그가 넥타이를 잠시 풀어놓았다. 펀드매니저가 아닌 음악인 김광진을 잠시 즐기는 듯했다. 지난 6년간 ‘집 나간 아이의 마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펀드매니저로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집을 떠나온 아이 같은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집안(음반시장)이 무너졌으니 집 나간 아이의 걱정은 오죽했겠어요.”

그래도 그는 음악의 힘을 믿었다. 오랜만의 ‘귀가’는 그렇게 이뤄졌다.

“1990년대 싱어송 라이터들이 다시 각광받는 것은 비주얼 음악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죠. 듣는 음악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고 있는 겁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앨범 타이틀 ‘지난 10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솔로 김광진의 노래들이 ‘마법의 성’(1994년) 만큼 큰 히트를 치지는 못했죠. 하지만 솔로가수로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0년을 정리하며 새 출발을 하자는 뜻입니다.”

앨범에는 ‘아는지’ ‘스틸 빌롱스 투 유(Still belongs 2 U)’ ‘행복을 주는 노래’ 세 곡의 신곡이 들어 있다. ‘아는지’는 절제돼 있기에 듣는 이의 마음에 더 큰 공명을 남기는 김광진표 발라드곡. ‘스틸 빌롱스 투 유’는 스윙 리듬이, ‘행복을 주는 노래’는 시원한 기타 스트로크가 돋보인다.

“이번 앨범은 간단한 코드에 멜로디도 큰 변화가 없어요. 요즘 팝발라드는 화성은 세련돼 보이지만 음악적 독창성은 부족합니다. 코드는 간단하지만 힘을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앨범에는 ‘동경소녀’ ‘오딧세이의 항해’ ‘비타민’ 등 베스트곡 12곡도 수록돼 있다. 그는 다음달 20, 2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유희열·이승환이 게스트로 참가한다.

그가 다시 넥타이를 맸다. 식상하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뮤지션의 애절한 감성과 펀드매니저의 냉철한 판단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음악, 주식 모두 예민한 일이죠. 둘 다 리듬을 타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곡을 쓸 때 가장 신경쓰는 게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겁니다. 고정관념을 깰 때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나와요. 투자도 고정관념을 깨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라드 감수성이 운명론적 세계관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인생은 슬프고, 안타깝고,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노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놓아주며, 행복을 기원해 주는 ‘편지’(2000년)는 그런 정서가 녹아있는 그의 대표곡이다.

“‘편지’의 노랫말은 아내가 썼어요. 아내의 경험을 담은 진솔하고 시적인 가사가 아직도 많은 이를 울립니다. 막 녹음이 끝난 ‘편지’를 차 안에서 들으며,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글=정현목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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