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국 前사장, 노건평씨와 어떻게 만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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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남대교 투신 자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11일 오후 서울 논현동 南사장 자택으로 황급히 들어서고 있다. [조용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전 대우건설 사장 남상국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두 사람 간에 벌어진 인사청탁 및 돈 거래는 南씨를 자살로까지 몰고 갔다.

南씨는 인사 청탁은 사실이지만 건평씨의 처남 민경찬씨가 주도적으로 벌여온 펀드 조성 사업 과정에서 희생양이었으며 閔씨 등에게 이용당했는데도 파렴치범으로 부각된 점을 괴로워했다고 한다.

南씨는 건평씨가 인사 문제를 거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돈과 향응을 베풀었지만 결과적으로 건평씨와 閔씨 및 閔씨 동업자들에게 놀아난 셈이었다.

건평씨가 南씨와 '악연'을 맺은 데는 그의 처남 閔씨가 연결고리가 됐다. 자신이 인수한 병원이 경영난에 봉착해 130억원대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閔씨는 지난해 8월 초 건평씨에게 J리츠 대표 朴모(구속)씨와 이사 方모(구속)씨를 소개했다.

이천중앙병원 설립 및 재개발 사업을 공동 추진하던 方씨 등에게 자신의 뒷배경을 과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方.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南씨를 찾아가 "병원 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성사되면 대우건설에서 시공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方씨 등은 같은 해 12월 25일로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南씨가 연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方씨 등은 최고 권력자의 친형인 건평씨를 떠올렸다. 인사 청탁을 성사시키면 자신들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閔씨에게서 건평씨를 소개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方씨 등은 南씨의 측근인 대우건설 朴모 전무를 대동하고 경남 진영의 건평씨 집을 찾아갔다. 수입 양주 중 최고급에 속하는 '발렌타인 30년'을 들고가 함께 마시면서 南씨에 대한 연임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건평씨는 검찰에서 "돈을 준 사람들이 자꾸 채근을 해서 동생(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처럼 시늉은 했지만 실제로 인사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盧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실제 청탁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 8월 말에는 건평씨가 서울에 올라왔다. 용산구 한남동의 하얏트 호텔 일식집에서 方씨.閔씨.南씨와 자리를 함께했다. 며칠 후 方씨는 건평씨에게 전화로 南씨와 관련된 청탁을 또 했고, 9월 초 閔씨와 함께 진영을 다시 찾아 "대우건설에서 드리는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전달했다. 이 쇼핑백에는 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수사 내용이다.

건평씨는 검찰에서 "추석 선물인 줄 알고 받았다가 돈이어서 11월 중순께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方씨 등은 "南씨의 사장 연임이 안 되는 쪽으로 결정난 12월 2일에 돌려받았다"고 건평씨와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pinej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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