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용 제 역할 찾는 상암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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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고 구단의 탄생으로 상암동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축구 전용구장 본래의 역할을 찾게 됐다.

연고팀이 없어 인근 도시로 원정 관람을 나섰던 서울의 축구팬들은 가까이에서 현장의 갈증을 풀 수 있게 됐다.

특히 LG의 서울 입성이 서울을 연고로 한 신생구단 창단에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축구계는 기대하고 있다. 당초 서울 연고팀은 '선(先) 창단-후(後) 이전'이 원칙이었다. LG의 서울 이전은 이 원칙을 뒤집은 경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LG가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이에 따라 프로축구가 활성화하면 창단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하튼 LG가 서울에 둥지를 튼 것만으로도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바빠지게 됐다.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지 2년 만에 제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달 3일 개막하는 프로축구 K-리그와 컵대회(정규리그 이외의 프로축구 경기) 등 올해 최소한 18차례의 LG 홈경기가 이 곳에서 열린다. 아테네올림픽 및 독일월드컵 예선전 등 각종 국제대회를 포함하면 연간 30일 이상 경기가 벌어지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주경기장이 문을 연 날은 모두 합쳐 26일뿐이었다. 그 중 축구가 열린 날은 절반인 13일. 나머지 13일 동안에는 종교행사와 각종 공연이 열렸다. 공사비 2060억원이 투입된 아시아 최대 축구 전용구장치고는 참으로 뜸한 이용 실적이다. 그럼에도 입점업체들은 비교적 호황을 누려 축구장이라기보다는 복합상가로 인식되는 장소였다.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FC 서울 유나이티드 서포터스'명의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팀도 없이 서포터스만 활동했던 셈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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