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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대응'이 큰 산불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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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0일 발생한 강원도 속초 산불이 인명피해 없이 초기에 진화된 것은 관계 당국의 신속한 초동 대응과 민.관.군 협조 체계가 일궈낸 결과였다.

산불이 처음 발견된 것은 이날 오후 1시22분쯤. 속초시청 무인 산불감시카메라 모니터에 청대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직원 김갑수(35)씨의 눈에 들어왔다. 거의 같은 시각 속초소방서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이 왔다.

金씨는 속초시청이 운영하는 산불초동진화대에 즉시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16명의 대원들은 9분 만에 등짐펌프와 쇠갈퀴 등으로 무장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어 시청 측은 소방서와 산림청.경찰 등 관계 기관에 인력 및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시청 측은 오후 1시40분쯤 공무원과 민방위대에 동원령을 내렸고,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 노학동.조양동 주민들에게 같은 시간에 대피령을 발령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 불과 18분 만이다.

주민 최연화(46.여.조양동 온정리)씨는 "대피 방송을 듣고 집에서 뛰쳐나온 지 20분도 안 돼 불길이 집을 덮쳤다"며 "대피 안내 방송이 없었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속초시는 오후 2시 조양동 사무소에 산불피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인명 피해에 대비해 73개의 병상도 확보해 놓았다.

5000여명의 민.관.군 인력과 헬기 11대, 소방차 53대가 동원돼 11일 오전 1시30분쯤 산불을 완전 진화했다.

정현래 속초시 부시장은 "평소 산불 등 재해에 대한 경험이 많은 데다 올해 겨울 가뭄과 강풍이 심해 산불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했던 것이 피해를 최소화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번 진화 작업에는 특히 '강원도형 산불진화차량'이 단단히 한몫했다는 평가다.

강원도가 2000년 대형 산불을 겪은 뒤 새로 도입한 이 차량은 대형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산길이나 농촌 도로 등을 손쉽게 다닐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이번 산불 초기 진압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117명의 이재민에게는 우선 1인당 하루 4000원씩 7일분의 응급구호비가 도에서 지원된다. 응급구호비는 주택이 전소됐을 때는 3개월, 절반만 탔을 경우는 2개월치가 지급된다.

위로금은 집이 전소됐을 경우 380만원, 반만 탔을 때는 230만원을 준다.

집을 새로 짓는 데는 보조와 융자 등을 포함, 평당 200만원(30평까지)을 지원하며, 집을 지어 입주하기 전까지 전.월세비도 도에서 융자를 알선하기로 했다.

속초시는 이번 산불로 가옥 48채가 불타 41가구 11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65㏊의 산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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