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화내면 안되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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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18면

★★★☆
감독 마이크 바인더
주연 조앤 앨런,케빈 코스트너
러닝타임 116분
개봉 예정 3월 27일

미스 언더스탠드

다정하고 마음씨 좋았던 주부 테리(조앤 앨런)는 남편이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나간 다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는 대낮부터 보드카를 홀짝이고, 네 명의 딸에게 신경질을 부린다. 새로운 삶의 기회가 다가와도 마찬가지다. 한때 스타 야구선수였던 이웃 데니(케빈 코스트너)가 우정과 애정 섞인 감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오지만 그녀는 다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테리 마음속의 분노도 조금씩 변해 간다.

평범한 영화였다면 ‘미스 언더스탠드’는 중산층 주부였던 테리가 자아를 찾거나 강인한 생활력을 얻어 독립하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삶이 느닷없이 바뀌리라는 허구를 믿지 않는다.

그 대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미세한 떨림이 스쳐가는 순간에 주목한다. 맏딸은 결혼하고, 둘째 딸은 일자리를 얻고, 셋째 딸은 아프고, 막내는 첫사랑에 설레고, 남자친구와는 다투고 화해하는 그 모든 사소한 사건들. ‘미스 언더스탠드’는 그런 잔물결이 모여 파도가 일렁이는 영화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쉬운 건 제각기 삶의 문제를 떠안은 네 딸이 삽화처럼 스쳐간다는 점이다. TV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남편을 잃은 중산층 주부가 대마초를 팔며 살림을 꾸리는 ‘위즈’나 싱글맘과 조숙한 딸이 끌어가는 ‘길모어 걸스’처럼 모르는 사이 정들어버리는 시리즈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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