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견제” + “새 정부·한나라당에 실망” 7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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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심이 짧은 기간에 변화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실시한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6.0%였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0.2%로 무려 25.8%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만에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 55.5%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가운데 12.1%만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한나라당의 총선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생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있다. “앞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란 응답이 지난해 12월 20.3%에서 8.9%로 줄어들었고 “경제 양극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 역시 46.4%에서 37.8%로 낮아졌다.

총선 공천 성적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공천 결과 만족도는 통합민주당이 49.3%, 한나라당이 40.3%였다. 민주당 공천은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데 비해 한나라당 공천은 ‘MB(이명박) 대 친박(친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공천 만족도가 37.3%에 그친 반면 불만족이 46.9%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민심 변화의 둘째 요인은 견제와 균형의 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견제와 균형 심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균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정안정론은 지난해 12월 45.4%에서 42.2%로 줄어든 반면 견제균형론은 34.6%에서 40.0%로 늘어났다.

견제균형론은 지역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호남권에서 늘어났다. 저연령층과 중산층에선 견제균형론이 국정안정론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 이들 지역과 계층이 지난 정권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견제균형론은 한나라당으로 이탈했던 구여권 지지층의 재이탈과 결집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최근의 견제균형론 증가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는 위기 의식을, 통합민주당에겐 재기의 희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권혁용 고려대 교수

어떻게 조사했나

중앙일보·SBS·EAI(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가 공동 수행한 총선 패널 여론조사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는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1370명을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실시했던 여섯 차례의 대선 패널조사에 끝까지 참여했던 2111명 중에서 뽑힌 사람들이다.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포인트다. 다음달 9일 총선이 끝난 직후 2차 패널조사를 실시해 총선 전후의 민심 변화를 추적,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팀 명단

▶EAI=이숙종(원장·성균관대)·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임성학(서울시립대)·진영재(연세대) 교수, 유성진(이화여대 BK) 박사, 정한울·곽소희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차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박종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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