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ABOOK] 학교가기 무섭다는 아이 "선생님도 수업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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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슬슬 ‘춘투’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 핑계 조 핑계로 공교육을 거부하는 땡강 소리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다니. 나름대로 학교 가기 싫은 이유가 뚜렷하긴 하다. 그 중 하나가 선생님이란 압도적인 존재에 대한 부적응 때문. 1학년 새내기라면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

어떤 선생님은 너무 친절해서 귀찮고, 어떤 선생님은 이마에 내천 자를 북북 긋고 노려봐서 무섭다나. 아무리 설득해 봐야,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지 않는 엄마는 아무 것도 모른단다. 하는 수 없다. 선생님 체면이야 좀 손상될지 모르지만, 인간미 물씬 풍기는 선생님의 진짜 속내를 살짝 보여줄 수밖에.

조 와스트랑드의 『선생님, 왜 그러셔요?』(교학사)의 여선생님은 안절부절 좌불안석이다. 내일이 개학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괴물 같은 녀석들이 일년 내내 괴롭힐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고집불통, 울보, 장난꾸러기에다 툭하면 삐지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문제아까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음 날 아침, 덜덜 떨면서 간신히 교실에 들어선 선생님은 왜 서둘러 창문을 닫은 걸까? 지난 밤 꿈에서 본 화성인, 흡혈귀 같은 아이들을 정말로 만난 걸까?

‘어라, 선생님도 말썽쟁이 우리들이 무서워 바짝 졸았다고?’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강무홍의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사계절)를 읽고 나면 선생님한테 동병상련의 동지애까지 느끼게 될지 모른다.

선생님이 수퍼맨도 아닌데, 그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 알겠는가. 그러니 착한 내가 이해하고 참는 수밖에. 이제부턴 아무리 야속하게 느껴지더라도 의젓하게 선생님을 잘 가르쳐드려야지. 아이들은 씩 웃으며 주인공 동우처럼 속다짐을 하며 어깨를 으쓱할 것이다.

팽팽히 조여졌던 긴장의 나사가 할가워졌다면 이제 곰곰이를 만나보자. 도로시 마리노의 『꼬마 곰곰이의 처음 학교 가는 날』(비비아이들)에는 신나게 등교했다가 이것저것 시키는 선생님 때문에 잔뜩 기가 죽어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아버린 겁쟁이 친구가 등장한다.

아이들은 이제 교실 밖을 서성이며 친구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곰곰이에게 자신 있게 말해 줄 것이다. “곰곰아. 겁먹지 마. 그깟 공부, 별 거 아냐. 얼른 교실로 돌아가. 학교가 얼마나 재미난 곳인데 그래!”

대상 독자는 아직 학교가 서먹한 8세 이상의 어린이와 대신 가줄 수도 없는 학교 보내기에 진땀 빼는 엄마들.

임사라<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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