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회사 대장정] 7. 과감한 공격 경영 철학 '늑대론' 주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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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社 런정페이 사장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겐이치는 지난해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진짜 기업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종이에 한자로 '任正非'라고 썼다. 화웨이의 런정페이 사장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낮은 생산원가로 세계적인 일류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任사장은 중국에서 신비의 인물로 불린다. 언론과의 접촉을 극히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 언론은 지난해 '가장 영향력있는 중국 기업가 25명'중 任사장을 종합 6위로 선정했다. 혁신 능력에선 2위였다.

그의 과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민해방군의 기술장교 출신으로 전해진다. 이후 남부의 광둥(廣東)성 선전(深)시에 있는 난유(南油)라는 석유회사에서 근무한 뒤 1988년 화웨이를 창업했다. 처음엔 키폰 전화기를 수입하다가 전화교환기 등 통신설비 제조로 방향을 바꿨다.

任사장은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 회장의 '이리론'에 상응하는 '늑대론'으로 유명하다. "세계 3대 통신설비 업체가 되려면 임직원들이 모두 늑대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후각이 예민한 늑대처럼 제품 개발과 시장 판단은 예민한 감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굴복하지 않는 늑대처럼 과감한 공격정신을 가져야 하며, 무리를 지어 다니는 늑대처럼 임직원들이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통신설비 이외의 사업엔 관심없다. '빨간색의 무용신발'에 비유해 설명한다. "빨간색의 무용신발이 매우 유혹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설비통신 이외의 사업도 유혹적"이라면서 "그러나 이 신발을 신으면 영원히 벗지 못하고 평생 춤춰야 하기 때문에 결코 이 신발을 신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농부론'도 같은 의미다. 힘들다고 해서 농부가 땅을 팔아 버리면 농사는 누가 짓느냐는 의미다.

한 우물만 파는 이 같은 집념이 오늘의 화웨이를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任사장도 부자가 됐다. 88년 7명의 동업자와 함께 밑천 1000달러(약 120만원)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 그는 5억달러(약 6000억원)의 자산가다. 회사도 100억달러(약 1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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