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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兎死狗烹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근자에 토사구팽이란 신유행어가 우리 주변에 번지고 있다.
옛날 초한(楚漢)시대때 한신은 집극랑이란 위관급 장교로 초패왕 항우를 섬기다가 장자방의 천거로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제나라와 초나라 왕위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른바 한신의 삼죄(三罪)로 유방으로부터 의심과 경계를 받아오던중 모반한다는 밀고에 접한 유방이 친히 운몽지방까지순행하여 초왕 한신을 치죄하게 되었다.개국일등 공신을 포박하는까닭을 알수 없다는 한신의 항변에 답하기를 그 대는 제나라를 무혈입성할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왕의 자리를 탐해 무력침공했고,성고성이 항우에게 포위 당했을때 고의로 지원하지 않았으며,초왕이 된데 불만을 품고 대역모반을 기도 했으니 대죄가 아니냐고 힐문했었다.
이때 한신의 임형언(任刑言)중에 나오는 장탄성의 하나가 교토사이주구팽(狡兎死而走狗烹)이다.토끼사냥이 끝나면 개는 보신탕이되고,고조진이양궁장(高鳥盡而良弓藏)-새사냥이 끝나면 활은 자취를 감추며,적국파이모신망(敵國破而謨臣亡)-적국을 다 파하고 나면 공신은 죽게된다는 고사였다.
유방은 한신의 공로를 인정해 회음후에 봉하고 한가롭게 살도록했으나 괴철의 삼국분할론을 못잊어 진희와 더불어 대역모를 꾀하다가 아녀자인 여왕후의 손에 죽고 말았으니 이것이 천하명장 한신의 최후였다.
침몰위기에 놓인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장 리 아이아코카는 회사회생책으로 부사장 35명중 33명을 해임했고,일본 사세보중공업이 위기에 처했을때 쓰보우치(坪內)사장은 400명의 임원을 38명으로 줄였다.개혁은 변화요 변화는 인사다.
어떤 조직이나 기업에서 가장 큰 수혜자들이 물러나게 되면 토사구팽 당했다고 불만을 토하고 있음을 본다.
한신의 개국의 공과 반역죄를 인지한다면 그 의미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유방이 본 한신은 배은망덕자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나산백화점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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