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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랑과 전쟁' 전현미 작가의 방송보다 더 재미있는 부부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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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사랑과 전쟁, 그거 진짜 다 실화에요?"

먼저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사랑과 전쟁’은 대부분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매일 ‘사랑과 전쟁’ 홈페이지를 통해서 접수되는 소재는 하루 10~15개 정도. 일주일이면 100개가 되고 한 달이면 400개의 소재가 생기는 것이다. ‘사랑과 전쟁’을 6년 정도 해오다 보니 그 글들 중에 어떤 것이 진짜 있었던 일이며 어떤 것이 주변 사람들 얘긴지, 또 어떤 것이 지어낸 얘기인지 딱 보면 알 수 있게 돼버렸다. 지어냈다고 해서 아예 소재 선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소재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가지는 생생함이 없다고 할까?

실화에서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의 생생한 숨소리가 없어 선호하지 않는다. ‘사랑과 전쟁’이 400회가 넘도록 계속 방송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소재가 실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고부 갈등, 똑같은 남편의 외도라도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고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테마로 수십 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2001년 ‘사랑과 전쟁’에 처음 와서 접했던 소재들과 2007년의 소재들은 참 많이도 변했다.

2001년,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아내 때문에 매일 싸운다던 남자의 이야기. 꼭 아침을 먹어야 하는 남자와 유독 아침잠이 많은 아내는 매일 똑같은 문제로 싸우게 되고 어떻게 보면 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시어머니까지 출동해서 ‘밥 못 얻어먹는 아들 불쌍해서, 그 밥 해주며 내가 이 집에 살아야겠다’며 들어와 앉게 되고 고부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던….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선보는 자리에 나가서 “전 아침은 꼭 먹어야 해요” 했다간 애프터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욕만 실컷 얻어먹는다고 하니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얼마 전 나간 모임에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아침은 어떻게 하세요?”라는 질문에 남편 왈. “전 원래부터 아침을 안 먹어요.”

그럼 와이프가 편하겠다 했더니, 여자는 또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단다. 이런 보기 드문 경우가!! “아내 덕분에 아침은 꼭 얻어먹겠네요?” 했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회사 가려고 나서는데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아내가 침대에서 살짝 눈만 뜨고 하는 말. “아침 차려 놓고 가~” 그래서 차려 놓고 나왔다는 것! 위 신랑의 명언이 또 하나 있다. 결혼 전부터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지내던 이 남자.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정이 별로 없었던 이 남자는 결혼 후에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단다. 그래서 이제는 부모님한테 잘하려고 한단다. 그 이유인즉, “부모님이 이 사람한테 너무 잘해요~.”

참~ 며느리한테 잘해야 아들한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결혼을 앞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이제 곧 며느리를 맞아야 하는 엄마 생각을 하니 왠지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

“남편에게 생긴 젊은 애인, 셋이 살면 안 될까요?”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달라져 버린 결혼의 양상. 그럼에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많은 얘기들이 다른 듯하지만 같은 맥락을 이루는 얘기가 있었으니 바로 불륜.
최근 ‘사랑과 전쟁’에서 방송되었던 ‘셋이 살면 안 될까요?’ 편은 남편의 불륜을 소재로 한 내용이었는데 이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분이 안 풀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평생 약국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남편. 이제 아이들도 다 키웠겠다 둘이 여행이나 다니면서 즐겁게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아내는 남편을 부추겨 아들 내외한테 약국을 물려주게 한다. 이제 남편이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아내는 오히려 그전보다 더 바빠진 남편을 보면서 의아해한다. 알고 보니, 평생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적적했던 남편은 집 근처 카페를 드나들며 그 집 마담이랑 눈이 맞았던 것.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마담은 나이 지긋한 남편이 아빠같이 느껴져 실제로 ‘아빠~ 아빠~’ 부르며 안겨왔던 것이다. 딸같이 어린 여자한테 눈이 먼 남자는 아내 몰래 그 여자의 집이며 가게를 뻔질나게 드나들게 된다.

참다 못한 아내는 남편의 정기 검진을 핑계 삼아 입원을 시키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그 여자가 보고 싶었던 남편은 아내가 없는 틈에 그 여자를 병원으로 불러들인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만 병원 침대에서 같이 잠들게 되고 그 광경을 식구들에게 들키면서 사건은 커져만 간다.

젊은 여자를 따로 만난 아내. 남편을 사랑한다는 여자. 아내는 할 말을 잃는다. “아가씨! 부부가 40년을 넘게 살다보면 사랑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우린 40년 동안 서로에게 써온 일기 같은 사이예요.” “그러니까요. 40년 동안 일기 써오셨으니깐 이제 그 일기 제가 쓰면 안 될까요?” 기가 막힌 아내. 여기에 한술 더 떠 가게 정리하고 오갈 데가 없다며 잠시 동안 셋이 같이 살면 안 되겠냐며 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남편.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여자는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황혼 무렵의 부부도 외도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자나 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자나 깨나 바람 조심! 자고 있는 남편도 다시 보자!’라고 외쳐야 될 듯.

자기의 아내가 ‘사랑과 전쟁’의 열혈 팬이라는 남자. ‘제발 그 프로 좀 안하면 안 되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얘기야 종종 듣는 얘기니 섭섭할 것도 없고. 그 이유나 들어보자고 하니, 아내가 회사에서 회식만 한다고 하면 동공은 세 배로 커지고 귀는 부처님 귀가 되며 코는 개코 저리 가라 된다는 것.

이유인즉, 평소 ‘사랑과 전쟁’을 즐겨 보는 아내는 한 번도 회사를 다녀본 적 없는 사람이라 회식은 불륜의 시작이며 회사는 불륜의 공장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나?

원래 남녀 얘긴 한쪽만 들어봐서는 모르는 일! 그 남자의 아내 얘기를 들어봤다. “제가 그냥 의심하는 게 아니고요…”로 시작된 그 여자의 변. 회사에서 하는 가족 워크숍을 갔단다.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도 데려오고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를 데리고 오는 그런 자리였는데,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된 여자는 그 남편의 노처녀 상사로부터 아주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고 한다. 질투랄까 경계랄까?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계속 절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그렇지~ 여자의 직감을 무시할 수 없지! ‘아니 아닐 거예요’라는 말 대신 난 직감은 무서운 거라며 앞으로도 그 여자를 철저히 경계하라고 일러두려는데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마디 더 붙였다. “대문 밖을 나가면 내 남자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맘 편해요.” 했더니, 남자는 ‘맞다’며 맞장구를 치고 그런 남자를 확 째려보던 여자. “그럼 대문 밖으로 나가지 마!”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이 더 웃기다. “나도 안 나가고 싶다고~ 나도 집에서 놀게 해주라~.”

웃지도 울지도 못할 얘기. 믿어야지 어떡하겠는가. 둘이서 손가락 빨며 얼굴만 보고 있을 수만 없으니….

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쓰다 보니 할 얘기가 참으로 많다. 방송으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얘기, 방송 이후의 에피소드, 또는 방송되기까지의 숨겨진 비화 등, 앞으로 많은 얘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기획_모은희 기자 글_전현미(방송작가) 사진_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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