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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있는요리>갈비구이-주부 오순자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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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푸른 나무 잎사귀에 반짝이는 초여름 햇살이 강렬해졌다.
평화스런 성모마리아 모자상과 돌로 깎은 조각상이 한적한 공원에 온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순자(吳順子.48.서울강남구역삼동)씨의 70여평 잔디밭은 향나무.모과나무등이 뿜어내는 청량한산소로 더없이 상쾌하다.발을 딛는 순간 쌓였던 일상의 찌꺼기가씻겨나가는 것같다.
『10년전 이사왔는데,다 제 손길이 닿아 꾸며진 것들이에요.
실내는 좁아도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게 꿈이었거든요.』 잔디밭 뿐이 아니다.싱크대앞 부엌창을 통해 보이는 뒷마당의 김치집은 그가 왜 마당넓은 집을 노래했는지 짐작케 한다.짚을 이어 초가지붕을 만들고 땅속깊이 5개의 항아리를 묻은 김치집은 살림사는 일이라면 박사학위도 몇개는 땄을성싶은 그가 고안해낸 작품.김치집 옆에 줄줄이 서있는 10여개의 항아리엔 간장.된장.고추장을 비롯,갖가지 장아찌들이 정갈하게 담겨있다.이만하면 살림도 예술이다 싶다.
9남매의 막내며느리였던 그가 이같은 살림솜씨를 발휘하게 된 것은 만17년의 결혼생활에 비하면 오래지 않다.시어머니를 모시고 산 덕(?)에 8년전까지도 온갖 집안살림은 시어머니 몫이었다.워낙 음식솜씨가 좋았던 분이라 시어머니는 요리 가 취미인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오는 것까지도 꺼려하실 정도였다.때문에 시어머니의 훌륭한 요리솜씨를 가까이서 전수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론 먹어본 음식의 기억만으로 자신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별히 요리책을 보고 연구하거나 요리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그는 늙은 호박 하나로 호박죽과 호박수제비.호박전등을 만들어냈다.또한 겨울 동치미 무를 건져 장아찌를 만들고,조기나 굴비 대가리는 따로 모아 멸치젓을 다릴 때 함께 넣는 알 뜰함도 과시해 주위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입에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고 깊은 맛이 일품인 갈비구이도 그렇게해서 그가 스스로 개발한 것.고기냄새를 없애기 위해 붉은포도주를 넣고 한식의 깊은 맛을 담아보고자 조선간장도 넣어 정성껏 주물러봤다고.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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