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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위기의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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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이 티베트에서 발생한 독립 요구 시위를 유혈 진압함으로써 올림픽을 앞두고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후진타오 제2기 체제는 ‘조화로운 사회, 조화로운 세계’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평화 이미지 구축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야심차게 2008년을 시작한 세계의 신동력 엔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 추진 30주년의 해에 강대국 이미지와 ‘문화 중국’의 형상화를 통해 국격(國格)을 높일 절호의 기회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티베트 사태가 아니더라도 국제사회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수단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자세를 비판하면서 얼마 전 사임했다. 최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선언한 일본과는 농약 만두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의 안전기준치를 다섯 배나 웃도는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올림픽 개최 자체에 의문을 제기토록 하고 있다.

중국 부상의 기반인 경제 역시 지속적인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경기하강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1년 이래 최고 상승률을 보인 물가는 정부의 거시 조정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내재적 활력이나 정부의 일정한 조정 능력은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지만, 위안화 절상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들 악재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적인 중국발 인플레이션 수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최근 이렇게 중국을 바라보는 눈이 부정적으로 전환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중국의 고도성장 피로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이를 처리하는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지나치게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중국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미 1998년의 창장(長江) 대홍수 및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등 국가적 위기를 겪은 중국의 최근 위기관리 능력은 미덥지 못했다.

글로벌 거인으로 성장한 중국이 지난번 폭설 사태에서처럼 여전히 사건의 전모 파악이나 방재 시스템의 구축보다는 지도자들의 동분서주와 안정 호소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자세를 보고 세계 각국은 적잖게 실망했다. 또한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집중되는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여전히 유혈 진압으로 티베트 독립 시위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지나쳤다. 소수민족 통합과 안정이 더 없이 중요한 중국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이는 성급한 대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으면서 내부를 정비하고 개선할 수 있는 요소는 통치 시스템 개혁이다. 사회주의 체제는 공산당이 직접적으로 인민을 통치하는 구조여서 사회적 완충 작용을 하는 중간계층의 형성이 어렵다. 그럼에도 공산당은 ‘중국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라는 개방적 사회주의관을 통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중국 공산당의 일사불란한 지휘가 중국의 발전을 이끈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적 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30년을 이어온 개혁·개방의 성과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란 보장은 아무 데서도 찾을 수 없다. 중국에 성장동력의 유지에 지금과 다른 접근이 필요함은 엄연한 현실이고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이 강조하는 ‘집권 능력 강화’는 사회주의의 유지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소수민족을 포함한 중국 민중의 높아진 민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이는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수용하려는 자세는 국내외적 경쟁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하는 한국에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현대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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