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TV영화] 세브린느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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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린느 ★★★★(★ 5개 만점)

(EBS 밤 11시) 감독:루이스 브뉘엘

주연:카트린 드뇌브

나른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부르주아 여성의 성적 팬터지를 그린 영화. 1967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가학.피학의 욕구를 은유하는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 등이 담겨 있지만, 영화는 여배우의 속살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최절정의 미모를 자랑하던 프랑스 국민 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뇌쇄적이다.

사업가 피에르의 부인 세브린느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성적 매력을 못 느낀다. 권태에서 벗어나고자 세브린느는 뚜쟁이인 아나이스의 아파트를 찾아 매춘부 역할을 자청한다. 낮에는 낯 모를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밤에는 정숙한 아내로 이중 생활을 시작한 것. 그러나 세브린느를 진심으로 사랑한 한 남자가 질투심에 불타 그녀의 남편에게 총을 쏘고, 아내를 의심한 남편은 식물인간이 된 것처럼 가장한다. 원제 '벨 드 주르(Belle De Jour)'는 '오후의 여인'이란 뜻이지만, 낮에 피고 밤에는 진다는 '메꽃'을 뜻하기도 한다. 1967년작. 19세 이상 시청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

(KBS2 밤 11시 10분) 감독:샤론 맥과이어

주연:르네 젤위거.콜린 퍼스

실수 투성이에다 골초이며 살집까지 좋은 서른두살 노처녀 브리짓 존스를 연기하기 위해 르네 젤위거가 11㎏을 찌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플레이보이 바니걸 복장을 하고 엉덩이가 클로즈 업될 때도, 영화 막바지 팬티 차림으로 눈밭을 헤매고 다닐 때도 젤위거의 오동통한 몸매는 혐오스럽다기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바람둥이 다니엘(휴 그랜트)과 무뚝뚝한 마크(콜린 퍼스)가 모두 브리짓에게 매료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자신을 가리켜 알콜 중독자라 험담하던 사람들 때문에 충격받은 브리짓은 새해에는 최고의 남자와 멋진 데이트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이렇게 만난 상대가 자신이 근무하는 출판사의 상사인 다니엘. 그런데 다니엘의 친구이자 인권 변호사인 마크는 브리짓과 다니엘의 관계가 불만인 듯하다. 원제 Bridget Jones‘s Diary. 2001년작. 19세 이상 시청가

***지구를 지켜라 ★★★

(SBS 밤 11시45분) 감독:장준환

주연:신하균.백윤식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자. 그것도 물파스 고문으로. 한국영화에서는 없었던 기발한 상상력 때문에 평단에서는 그 해의 영화로 꼽히고 모스크바 영화제에서는 감독상도 받았다. 그러나 그 독특함 때문에 보통 관객들은 접근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 흥행은 참패했다.

청년 병구(신하균)는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해 버릴 것이라고 믿는다. 병구는 경찰청장의 사위이자 악덕업자인 강사장(백윤식)을 외계인이라고 여기고 그를 납치해 안드로메다 왕자와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머리를 밀고 텔레파시 차단 모자를 씌우고, 때밀이 수건으로 살갗을 벗기고 물파스를 바르는 고문. 강사장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병구가 수집한 외계인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를 지어낸다. 2003년작. 19세 이상 시청가.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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