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국 석유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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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러시아 당국이 19일 영국 석유회사 BP의 모스크바 지사와 BP의 러·영 합작 석유회사 TNK-BP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회사 측도 압수수색 사실을 확인했다. 압수품은 컴퓨터와 회계장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내무부 소속 경찰 외에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요원도 참가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압수수색이 2003년 TNK-BP 설립 과정에서 이루어진 탈세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 연방세무국은 TNK-BP가 18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을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는 러 정부의 자원민족주의 정책과 연관짓는 해석도 있다. 석유업계에선 국내 에너지 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을 몰아내려는 러시아 정부의 시도라는 우려도 나온다. 크렘린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을 내세워 외국 회사들이 국내 석유·가스 부문에 갖고 있는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도 TNK-BP 지분 확보를 노리는 가스프롬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이루어졌다는 해석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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