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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明治학원은 사죄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의 죄과(罪科)를 반성하는데 있어서는 그들의 사립 명문대학인 메이지(明治)학원이 일본 국회나 정치가들보다 훨씬 낫다.
메이지 학원은 10일 일제의 침략전쟁을 공개 사죄하는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학원이 일본 군국주의자들에게 협력한 결과 한국등지에서 기독교도들이 혹심한 탄압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나카야마 학원장의 강연 형식으로 피력된 이 반성은 메이지학원의 전쟁협력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밝히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지난날의 과오(過誤)를 반복하지 않도록하기 위해 이렇게 사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전후 50년에 관한 결의안은 자신의 침략만행에 대한 반성을 담고있지 않은,하나마나한 결의라는 비난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초안을 다듬을 때 거론되던부전(不戰)이나 사죄(謝罪)라는 단어도 빠졌고, 침략.식민지지배와 같은 현실감있는 용어는 애당초 배제(排除)됐다.그러니 자신의 학원(學園)은 물론 군국주의자들의 「범죄행위」까지 솔직히시인,반성한 메이지학원의 사죄가 어찌 돋보이지 않겠는가.
일본 국회의 전후(戰後)50년 결의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진이유를 따지는 일은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다.일본 여.야당의 갈등 때문에 알맹이가 없어졌다는 분석은 너무나 피상적이다.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가슴속 깊이 자리잡은 반성 혐오증(嫌惡症),그것이 바로 진실된 이유다.수시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망언(妄言)」이 그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과 지식인(知識人)들은 그 생각하는 바가달라야 한다.메이지학원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죄과를 솔직히 시인,반성하는 지식인들은 과거에도 있었다.그것이 가물에 콩나듯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인들처럼 교언영 색(巧言令色)에 머무르지는 않았다.우리는 이같은 용기있는 사죄와 반성이 우선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정치권이 못풀고 있는 일본의 숙제(宿題),나아가 東아시아의 한가지 난제를 일본 지식인들이 앞장서 해법을 찾아주기 바란다.
메이지학원의 반성이 그 단서(端緖)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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