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 한수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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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들어 부쩍 늘어난 국내저자의 일본관련 서적중 작가 한수산(韓水山)씨의 『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는 단연 돋보인다.
일방적인 「일본 때리기」류가 아니라 책제목에 드러나듯 韓日문화를 객관적 시각에서 비교분석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가 특유의 감각적 문체에 힘입었는지 판매도 쏠쏠하다.출간 열흘 남짓에 재판을 준비할 정도다.
그러나 韓씨는 『얼마나 팔리느냐보다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일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며 담담하다.자위대나 자민당등 크고 엄숙한 것이아닌 실생활에서 접하는 작은 것들을 통해 일본을 보되, 한.일어느 한편의 우월론에 빠지지 않는 일본문화론을 쓰고자 했다는 설명이 여기에 이어진다.
그가 고문의 후유증을 씻기 위해 결빙(結氷)의 심정으로 88년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부초(浮草)처럼 떠돈지 4년만의 결실이어서다.『처음 6개월은 막막했으나 일본인들과 어울리면서 있는그대로의 식민시대 청산을 위해 작가로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을하자는 민족적 자각이 들었습니다.』 韓씨는 일본인의 원형을 파헤쳐 보기로 마음 먹고 다도(茶道)교습을 받는가 하면 가부키(歌舞)공연을 쫓아 다니고 일식 정원을 살피기 시작했단다.여기에일인 교수,작가,언론인과 20대 대학생들을 월 2회 집으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휴일이면 도쿄(東京)의 헌책방을 순례하며 자료를 뒤지곤 했다는 것.
『일본에서 외출할 때는 녹음기와 사진기,메모수첩을 넣은 취재가방을 빼 놓은 적이 없었죠.』 이런 노력이 우리 문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40대 작가의 감수성으로 피어난 덕일까.일인들과의 사석에서 피력한 한씨의 대일(對日)시각은 흘려 듣기 아깝다는 평을 얻게 되고 이것이 일본의 월간종합지『산사라』에 93년부터 20 회에 걸쳐 한.일 문화론을 싣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 글들이 묶여 이번에 책으로 나온 것인데 한국문화라는 현미경으로 일본의 의식주를 들여다 보는 인상이다.김치.결혼식.담배.노래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통해 이렇게까지 볼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이는 분석대상인 일본측뿐 아니 라 한국독자들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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