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홈뉴패밀리>3.혼자 사는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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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남편.자식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여성 단독세대」가 생겨나고 있다.특히 국민학교나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과 떨어져 뒤늦은 나이에 학업을 위해 외국유학을 떠나는 주부도 나타나면서 달라진 가정세 태를 보여주고 있다.
네살바기 영주(가명)는 아빠와 단둘이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엄마는 1주일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한다.엄마는 매주 금요일밤 찾아왔다 일요일 오후에 익산시로 떠난다.주말이나 돼야 한가족이모이는 이 생활이 벌써 3년째지만 영주는 오히려 자연스럽다.영주의 아버지 李모(39)씨와 어머니 金모(39)씨는 모두 지방대학 교수다.
9년전 결혼하고 미국으로 유학,각각 박사학위를 받은뒤 91년귀국한 부부는 92년부터 각각 제주도와 전북익산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게됐다.金씨부부는 영주를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살고 남편 李씨가 근무하는 제주도에서 키우고 金씨만 혼 자 익산에서 생활하기로 합의했다.
『엄마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아이와 남편이 이를 이해해 준다면 엄마의 사회활동은 오히려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金씨는 자신이 연구활동에 더욱 전념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하는게 영주에게도 떳떳한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주부 尹모(43)씨는 아예 불혹(不惑)의 나이를 한살 앞둔 39세때 홀로 유학을 다녀온 케이스.그는 지난 91년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평소 넓은학문의 세계를 접하고 싶다는 소망이 뒤늦게 그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은 것이다.물론 당시 중2와 국교6년이던 남매는 남편과 시부모님께 맡겨놓고.
尹씨는 아이들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떨어지는 것이 걱정도 됐지만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새로운 세계를 접함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좀더 발전한 엄마,마음이 넓어진 엄마로 다가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여성단독세대를 1백% 수용하지 못한다는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尹씨는 『힘들었던 것은 주변에서 아이들을 마치 결손가정의 자식처럼 대한 것』이라고 털어놨다.엄마가 집에 없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에게는 문제있는 가정처럼 비쳐졌다는 얘기다.이런 측면에서지난 85년 44세의 나이에 당시 고3과 고2 남매를 남겨두고박사학위를 위해 독일유학을 다녀온 대구효성가톨릭대 손덕수(孫德守.54.사회복지)교수의 말은 교훈적이다.
『여자라고 해서 가정의 울타리에만 갇혀있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엄마의 빈자리를 남편과 아이들이 힘을 합해채움으로써 엄마(아내)와 가정을 더 이해하고 독립심을 키울 수있다.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편협한 시 각을 버려야 할때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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