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봄 … 나무심기 식목일이면 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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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묘목시장이 분주해졌다. 18일 시민들이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묘목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1946년 이후 63년째 이어져 오는 ‘4월 5일 식목일’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의 여파로 나무심기 행사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이태형 녹지과장은 18일 “올해부터 식목일보다 16일이나 앞선 춘분(20일)에 식목 행사를 하기로 했다”며 “이날 벚나무·잣나무·철쭉 등 나무 1700그루를 심는다”고 말했다. 그는 “꽃이 피거나 새싹이 돋기 전에 나무를 심어야 뿌리가 잘 자라는데 온난화 현상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화 시기 이후 나무를 심을 경우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해 말라 죽거나, 생육이 저조해진다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해부터 춘분을 ‘파주시 식목일’로 정하고 나무심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시는 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앞선 13일 광교산 일대에서 나무 4800그루를 심었다.

경기도2청 김영택 산림녹지담당은 “경기도(4월 2일)는 물론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개화 시기를 고려해 식목행사를 조기에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식목일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도 24일 공무원과 주민 등 500여 명이 참가해 감나무와 수수꽃다리 등 27가지 나무 5400여 그루를 심는다. 대구시도 산하 8개 구·군과 함께 식목일보다 이른 14∼25일 나무심기 행사를 열고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5000여 그루를 심는다.

산림청 자원육성과 김인천 조림담당은 “지난해는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7∼10일 일러 식목일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올해는 개화 시기가 예년과 비슷하다”며 “남부와 중부 등 전국에서 3∼4월 2개월 동안 식목행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행대로 식목일을 운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글=전익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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