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의 왕기춘 ‘연륜’을 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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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上>이 라이벌 이원희와의 결승전 연장 16초 되치기로 효과를 따내고 있다. [광양=뉴시스]

스무 살 왕기춘(용인대)이 그 사이 또 훌쩍 컸다.

왕기춘은 18일 전남 광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 남자 73kg급 결승에서 이원희(27·KRA)를 제압하고 올림픽 본선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왕기춘은 선발점수에서 48점을 획득, 이원희보다 10점을 앞서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커졌다.

전·현직 세계선수권자의 대결답게 결승전은 힘과 기술이 맞붙는 양보 없는 혼전이었다.

규정시간 5분을 넘긴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이원희가 장기인 빗당겨치기 기술을 걸자 왕기춘은 때를 놓치지 않고 되치기로 맞서 효과를 따냈다. 연장 16초 만에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왕기춘은 수백 번 머릿속에 그려본 장면이 현실이 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앞서 준결승에서 상무의 ‘복병’ 윤지섭(24)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물리친 왕기춘은 이원희를 맞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 시작 25초 만에 발목잡아메치기를 시도하며 이원희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왕기춘은 2분12초를 남기고는 다리들어메치기로 거의 포인트를 따낼 뻔했다. 그러나 점수로 연결하지 못하고 결국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경기 후 왕기춘은 “원희 형의 기술이 좋아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공격적으로 나갔던 것이 주효했다”며 “최종 3차 선발전에서도 우승한 뒤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왕기춘은 “원희 형은 확실한 기술이 있고, 나는 아직 패기나 그런 것뿐”이라며 “아직 최종 선발전이 남아 있지만 기술 연구도 많이 해 형과의 격차를 줄여가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패한 이원희는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대표팀 감독 및 강화위원회 포인트 10점을 얻어야 본선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원희는 “최종 선발전 우승을 하면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왕기춘의 기량이 뛰어나지만 나도 발목 상태가 회복되면 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종 선발전을 목표로 계속 몸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재기를 노렸던 이원희의 한숨은 깊었다. 발목 부상으로 지난해 대수술을 받은 뒤 몸이 채 낫기 전에 선발전 준비를 하다 지난해 10월 부상이 재발했다.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리프팅 힘이 좋다는 김원중(19·용인대)과의 이날 준결승전에서 너무 힘을 뺀 것도 악재였다.

이원희는 “준결승전에서 어렵게 이긴 뒤 너무 마음을 놓았던 게 패인이었다. 최종 3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유도회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민호(60kg), 김주진(66kg·이상 남자), 김영란(48kg), 김경옥(52kg), 강신영(57kg급·이상 여자) 등이 각각 체급별 우승을 차지,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웠다.

광양=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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