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다니카와 슌타로(1931~ )
아무도 없는 옆방에서
누군가 부른다 마치 나인 것처럼
나는 서둘러 문을 연다
이쪽은 어두운데
그곳엔 밝게 햇살이 비치고 있어서
지금 막 누군가 떠나간 참인 듯
그림자가 슬쩍 눈을 스친다
하나 내가 좇으면 이미 아무도 없고
별다를 것 없는 해질녘이 된다
꽃병엔 먼지가 쌓였다
창문을 여니 하늘이 밝은데 거기서도……
누군가 부른다 나처럼
해질녘, 누가 날개 한 벌을 벗어놓고 갔을까. 빈방에서 무릎을 싸안고 어둠에 잠겨가면, 이쪽과는 달리 옆방에는 밝게 햇살이 비칠 것만 같다. 서둘러 문을 열면 지금 막 떠나간 참인 듯 밝은 햇살 속에 날개 그림자가 비친다. 창문을 여니 꽃병에 쌓인 먼지가 저녁 대기 속에 떠간다. 거기서 푸르스름한 성대를 울리며 애타게 부르고 있다, 누군가가 나처럼.
<박형준·시인>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