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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88) 서울 강남갑 민주당 전성철 후보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 파동 다스리자고 강남 주민 전체를 투기꾼으로 몰고 있습니다. 몰라서 그러지, 강남 주민들의 대다수는 1가구 1주택이예요. 강남에 대한 이런 편견 때문에 선량한 이곳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전직 장관만 100명 넘게 산다는 서울 강남갑에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전성철(55) 민주당 후보(민주당 글로벌스탠더드 정책기획단장)는 “강남의 부동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강남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곳의 빈곤소외계층 비율(사회복지대상자 전국 3위)이 다른 지역보다 결코 낮지 않다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균형개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 후보는 강남에만 차등 적용되는 과세도 형평성·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등원하면 이런 조세정책을 크게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 정부의 조세정책이 원칙과 방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보유세는 과세체계부터 잘못돼 있어요. 6억원 초과 주택의 시세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세도 적용 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폭등을 잡기 위해 고급주택을 면적 기준에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환했는데, 문제는 이 기준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에만 차등 적용된다는 거예요. 더욱이 누진세율까지 적용해 선량한 시민들이 이중으로 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요. 단지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남들의 5배, 10배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대한민국 부자 동네의 대명사인 강남 사람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강남이 ‘기부율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전 후보는 스스로를 경제·법률·세계·통합·개혁 등 다섯 방면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그는 서른 넘어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로스쿨을 나왔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하버드·예일 등 미국 최고의 로스쿨 출신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뉴욕 맨하탄 로펌에서 사상 최단 기간에 파트너로 승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4일 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전성철 후보. 왼쪽부터 추미애 민주당 의원, 전 후보, 조순형 민주당 대표. 그는 16대 총선 때도 현 지역구인 강남갑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최병렬 현 한나라당 대표에게 패했다.

그는 국제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미국과의 슈퍼 301조 협상’을 꼽았다. 워싱턴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슈퍼 301조를 둘러싼 통상 분쟁이 발생하자 한국 편에 서서 한국을 수입관세 대상국에서 제외시키는 쾌거를 이룬다.

귀국 후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신문·잡지 등에의 기고와 방송 활동을 시작한다. 전성철의 경제 포커스(KBS), 경제를 푼다(MBC), 전성철의 시사 토크(MBN) 등이 그가 맡았던 프로그램들. 그는 변호사 출신답게 알기 어려운 경제 현상을 특유의 명쾌한 논리로 설명했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해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판을 들었다.

그 후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런 식견을 인정받아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1996년), 무역위원회 위원장(2001년), 세종대 경영대학원장과 부총장(2000년)을 역임했다. 지금은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TV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세를 타자 각 당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는 지역으로, 성별로, 계층으로 갈갈이 찢긴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횃불을 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전성철 후보는 지난 16대 총선 당시 깨끗한 선거를 치른 후보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사무실 벽에 ‘전성철은 밥을 사지 않습니다’, ‘전성철은 동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이 얻은 표들이 값지게 느껴진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이번에도 가장 깨끗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며 이를 위해 선거 캠프를 99% 자원봉사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당이 가장 고전하는 곳에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죠. 그래서 강남 지역을 선택한 겁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에 참여했던 그는 그 후 ‘국민통합’의 기치를 높이 든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마음놓고 그 횃불을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지역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다시 ‘국민통합’은 자신의 과제이자 횃불이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그는 이곳 강남갑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 패했다. 최 대표의 지역구 불출마에 대해선 “그의 정치 스타일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하는데, 기회가 무산돼 아쉽다”며 기염을 토했다. ‘경제통’인 그에게 노무현 정부가 내세우는 ‘2만 달러 시대’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지금 상태로는 몇 십년이 가도 2만불 시대는 요원합니다. 강력한 개발독재 시대엔 수출을 통해 경제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수출이 한계에 봉착했어요. 외국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지금처럼 정치가 불안해선 힘들어요.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그는 “민주당은 글로벌스탠더드를 실천해 IMF 위기를 극복한 정당”이라며 “시대를 선도하고 경제성장을 이뤄 낼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중도개혁의 길을 가는 민주당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의 전도사가 되겠다”는 말도 했다.

전 후보는 21세기의 시대 정신은 ‘다양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각 당이 의원들에게 ‘당론’이란 족쇄를 채우는 것은 ‘다양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양성의 시대엔 ‘선택’의 권리가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선택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와 제도 그리고 문화 즉, 다양성이란 가치를 받쳐 주는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글로벌스탠더드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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