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시험 공포증에 시달린다면 공부방을 시험장처럼 꾸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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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고교 1년생인 진수는 2년 전만 해도 ‘수포(수학포기) 학생’이었다. 수학 시험지만 보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심리학) 교수는 진수에게 “공부방을 시험장으로 만들어 모의시험을 꾸준히 치르라”고 처방했다. 진수는 알람시계로 벨을 맞춰놓고 학교 시험지와 비슷한 누런 종이에 적힌 문제를 푸는 연습을 반복했다. 그런 훈련 끝에 시험불안에서 벗어났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막는 훼방꾼은 많다. 공부 스트레스, 인터넷, 게임…. 잔소리 많은 프로펠러형·감시카메라형 부모와의 갈등도 방해요소다. EBS 다큐멘터리 ‘교육실험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킨 숙명여대 송인섭(교육심리학) 교수가 두 번째 실험 보고서를 내놨다. 중고생 17명의 공부약점을 유형별로 분석한 후 6∼10주일간의 맞춤 학습법으로 성적이 10∼15점씩 상승한 과정을 쓴 『공부는 실천이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송 교수에게 공부 약점에 따른 맞춤 학습법을 들어봤다.

◇공부에 집중을 못 한다면=송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말이나 행동을 거의 다 들어주면 아이가 자신을 통제하는 훈련이 덜 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부를 방해하는 게 컴퓨터인지, 휴대전화인지 체크한 후 최적의 공부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책상을 정돈하고, 책꽂이도 당장의 공부에 필요한 책을 중심으로 분류해 정리하면 좋다는 것이다. 공부방 벽면 한가운데 매직으로 점을 찍고 5분쯤 주시한 다음 교과서를 읽으면 집중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등수를 정해두면 집중력을 발휘할 동기를 갖게 된다.

◇시험 불안증에 빠져 있다면=송 교수는 “쉬운 문제부터 풀면서 스스로 칭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 중1 교과서부터 다시 보면서 약점을 보충한다. 한 문제당 세 번씩 반복해서 풀고, 숫자를 바꿔가며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 익숙해지는 훈련을 한다. 1분간 문제에 집중한 후 점차 시간을 늘리는 연습도 한다.

◇학습의욕이 없어 공부가 지루하다면=공부할 이유를 못 찾아 성적이 낮았다면 공부목표부터 잡아야 한다는 게 송 교수의 조언이다.

적성검사를 해서 전공과 직업 정보를 얻은 후 현장에서 체험하면 좋다. 셀프 다이어리에 연간·월간·주간 계획표를 짜되 과목별 취약점을 반영한다. 학습목표는 작게 잡는 게 좋다. ‘책상 앞에 10분간 앉아 문제 풀기’ 같은 목표를 세운 후 20분, 1시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면 학습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송 교수는 “영재아들도 학습무기력을 겪는다”며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라도 떠올리면 공부 의욕에 불을 지피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내비게이션 엄마’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려면=실험 참가 학생 중 연주는 엄마가 늘 학습계획표와 시험 시간 관리를 대신 해줬다. 학습량이 많아지자 성적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연주는 공부 습관을 확 바꿨다.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했다.

선생님이 중요한 정보를 일러줄 때 쓰는 말투와 행동도 살폈다. 사회 선생님은 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결론적으로∼”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것을 파악했다. 송 교수는 “친한 친구와 ‘스터디 짝꿍’을 만들어 잘하는 과목 중심으로 선생님 역할을 맡아 가르쳐보면 좋다”고 말했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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