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87) 서울 영등포갑 한나라당 고진화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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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민주화운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 봉사와 헌신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386으로서의 뜨거운 열정과 순수함도 잃지 않았구요. 정치의 선진화, 지역 발전, 국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와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서울 영등포갑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도전하는 고진화(41) 후보는 “젊지만, 고도 성장기의 역동성을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한 고 후보는 대학(성균관대 사회학과)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85년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 첫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는 이 시대 정치 개혁의 과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정치자금의 투명화, 정치문화의 개혁, 정치제도의 개선 등이 그것. 셋 중 가장 어려운 게 정치문화의 업그레이드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주의, 하향식 의사결정의 문화, 이익집단의 압력 등은 단기간에 없앨 순 없지만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정치 문화라고 역설했다. 당내 개혁 성향 소장파 중 한 사람인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구조화돼 있는 고질을 고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대선에서 두 번씩이나 지고도 못 고친다면 시대착오지만 오랜 관행을 고치는 덴 시간이 걸리고, 점진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급격한 개혁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

96년 15대 총선에‘꼬마 민주당’ 소속으로 첫 출마한 그는 16대 때 이곳 영등포갑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김명섭 당시 민주당 의원(현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3600여 표 차로 졌다. 그는 “꼬마 민주당과 신한국당의 합당으로 한나라 당원이 됐지만 당적을 옮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참여 정치에 대해 그는 “참여 정치와 민생 정치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양자택일을 하라면 민생정치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과 ‘지역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우선 지역의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헌법기관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처럼 국가의 운명과 이익이 걸린 사안은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 고진화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노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탄핵 후 빚어질 권력 공유의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공교육 붕괴에 대한 대책으로 그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공립 자율학교, 지역별로 특화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등을 허용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힘으로써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고 ▶현장 중심의 수업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며 ▶교육대·사범대에 대한 지원을 확충해 자긍심과 사명감을 지닌 교원을 양성하는 한편 ▶교육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과외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는 것.

고 후보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산업의 중추 역을 했던 영등포가 지금은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데도 종합적인 발전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낙후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불균형한 발전입니다. 이런 불균형은 다른 구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같은 영등포 안에서도 나타납니다. 새 아파트와 최신식 업무시설 그리고 낡은 주택가와 공장, 노후화된 도로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통은 혼잡하고 거주지역의 환경은 열악하죠. 단적으로 특목고 하나 없습니다.”

그는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사업 확정 과정에서 자신이 한몫한 뉴타운 사업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를 균형 잡힌 21세기형 도심으로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것.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영등포 시대를 열겠습니다.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벤처 밸리도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구민들의 자부심과 삶의 질이예요. 영등포 사람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저마다 만족스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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