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주문 9000대나 밀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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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장승환(경기도 분당중부지점) 부장은 요즘 제네시스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이 차를 사겠다고 계약한 고객들이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 중인 고객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출고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시승차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올 초 야심차게 내놓은 고급 세단 제네시스가 두 달이 넘도록 늑장 출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도 계약이지만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결과다.

이달 중순까지 제네시스 누적 계약 대수는 1만5000대. 그러나 출고는 1월에 434대, 2월에 2809대에 그쳤다. 이달 들어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9000대 이상 주문이 쌓여 있다. 이 상태로는 고객들이 2~3개월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3만5000대로 잡고 있다.

최재국 현대차 사장은 최근 제네시스를 계약한 개인 고객 6000여 명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모든 임직원이 생산 증대에 진력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고객님의 차량을 보다 이른 시일 내 인도해 드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제네시스 출시 첫 달에는 ‘운전자 통합정보시스템(DIS)’에 장착되는 독일 렉시콘 오디오의 공급 부족으로 출고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는 옵션 품목인 DIS를 선택하는 고객을 30~40% 정도로 예상했으나 80%가량이 이걸 요구하는 바람에 물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이후 현대차는 DIS 납품회사인 하만 베커와 공급량을 늘리는 계약을 다시 했다.

새 공장에서 새 공정으로 일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발생했다. 표면 광택 처리를 위해 도입한 첨단 도장공법에 근로자들이 익숙지 않아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 초기에는 엄격한 품질관리와 근로자들의 숙련도 미흡으로 생산이 다소 늦어지곤 한다”며 “이제 모든 근로자들이 새 라인에 적응했으니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 만큼 라인을 풀가동해 생산량을 월 3000대에서 5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께면 출고 지연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며, 그 뒤 다시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차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7일 울산5공장을 방문해 총력 생산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이날 “최고 품질의 세단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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