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홍콩 반환앞두고 영어인구 급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홍콩시민 가운데 젊은층의 영어(英語)구사 능력이 최근 급격히떨어지고 있어 영어를 쓸 일이 많은 현지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특히 직원수가 많은 업체나 고객접촉이 빈번한 서비스업종은 사내 어학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아침.저녁은 물론 일과시간까지 영어수업에 할애하는가 하면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에게 개인교사를 붙여주는 일도 있다.
정규학교가 영어교육을 점점 소홀히 다루기 때문에 기업이 학교가 할 일까지 떠맡고 있다고 업계는 불평한다.
홍콩의 실업률은 증가추세지만 서비스업등 최근 신장세가 두드러진 일부 업종은 중등교육 이상을 수료하고 영어를 웬만큼 할줄 아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홍콩호텔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토머스 액스매처 리전트호텔 총지배인은 『홍콩에 머무른 지난 5년간 영어숙달인력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화됐다』고 말했다.취직지원자와 대화를 나눠보면 『예스』『노』『아이 돈 노』같은 기초적인 말밖에 하지 못 하는 경우가허다하다고 탄식했다.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해 면접때 질문을알아듣지 못하거나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곤 한다.
근래 초.중등학교 가운데 영어시간을 소홀히 하고 홍콩에 인접한 중국 광둥(廣東)省 방언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많다.
영어교육이 강화되고 영어사용이 확대추세인 싱가포르.태국등 인접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아무래도 97년 홍콩의 중 국 반환을 앞두고 번지고 있는 영어 경시풍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97년 이후 발효될 홍콩헌법에는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공용어로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그러나 자라나는 세대는 이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홍콩大 영어학과장 존 조셉 교수는 『많은 신입생들이 97년 이후 중국어가 사실상 공용어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반드시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콩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입시 영어과목 평균 합격선도92년 85점이던 것이 올해 79점으로 크게 낮아졌다.영어교육이 두드러지게 부실해졌다기 보다는 경제성장으로 영어구사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 인력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교육부 측은 강변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홍콩정부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교육 확충을 위한 기금으로 3억 홍콩달러(약3천8백80만US달러)를책정했다.그러나 기업들은 한가하게 정부조치만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어서 나름대로 영어연수 프로그램을 늘리는등 자구책을 도모하고 있다.
홍콩서 직원수가 가장 많은 기업에 속하는 홍콩상하이은행과 홍콩텔레콤이 그 대표적 사례다.
홍콩상하이은행은 3년전 연간 1천명 수준이던 영어연수 규모를올해 2천명으로 두배 늘려 잡았다.영어교육을 위한 교실.어학실습실.시청각교재도 갖췄다.홍콩텔레콤은 올해 직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6천명에게 영어교육을 시킬 예정이다.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2%인 1억 홍콩달러를 직원 영어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홍콩기업들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등 인접 동남아국가들이전혀 접하지 못한 고민 하나를 새로이 떠안게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