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고수익 환상은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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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증권사들이 해외펀드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상품은 나오기만 하면 일주일에 500억~1500억원어치씩 어렵지 않게 팔려 나간다.

그러나 해외펀드라고 마냥 고수익을 낼 수는 없다. 국내 펀드와 달리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성까지 도사리고 있다. 또 운용회사가 모두 해외에 있기 때문에 펀드의 운용 내역 등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수익 환상은 위험=해외펀드 판매회사는 주로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혹은 3~5년간의 평균 수익률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고수익을 올렸던 펀드 중에서도 올 들어 수익률이 예상에 미치지 않는 것이 많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템플턴의 태국펀드와 피델리티의 태국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슈로더의 대중국펀드, HSBC의 인도펀드, 템플턴의 차이나펀드 등도 3~5%의 비교적 낮은 수익을 보였다. 물론 1개월 수익률로 펀드의 운용능력을 의심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달성했던 고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맥쿼리IMM자산운용의 이지형 사장은 "과거 몇 년간 평균 수익률이 높더라도 해마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펀드는 위험성이 크다"며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고르는 게 투자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경제가 지난해 급성장하면서 최근 이들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늘고 있지만 고수익인 만큼 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슈로더투신운용 마케팅팀의 이상철 이사는 "수년간 안정적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들은 S&P나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급 심사를 거친다"며 "그러나 최근 쏟아져 나온 브릭스펀드의 대부분은 이 같은 평가등급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환율변동 위험성 고려해야=해외펀드 가입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1년 단위로 통화선물환계약을 한다. 예컨대 1달러에 1200원으로 계약했다면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관계없이 1년 뒤에 같은 환율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그러나 매달 또는 3개월 단위로 배분하는 배당.이자 소득과 만기 정산시 발생하는 순이익은 소득 발생시점의 환율을 적용받는다.

환율이 1200원일 때 1만달러를 투자해 1년 뒤 20%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그때 환율이 1100원으로 내렸다면 원금인 1만달러는 1200원, 순이익인 2000달러는 1100원의 환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유명규 상품개발부장은 "환매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환율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라면 무조건 가입 당시 선물환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물환계약이 통상 1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환매할 경우 펀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어 최소 1년 이상 묶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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