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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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인에게 서울을 제대로 알려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울 전도사' 역할을 성실히 하겠습니다." 서울시에 처음으로 외국인 공무원이 탄생했다.

흑인 여성 레슬리 벤필드(35)가 그 주인공. 벤필드는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실시한 외국인 계약직 공무원 채용에서 16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됐다. 미국 메릴랜드 출신인 그는 지난 8년간 한국에 살아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 메릴랜드주립대 정치학과 재학시절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벤필드는 룸메이트였던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한인교회를 방문한 뒤 조금씩 한국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졸업 후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본격적인 한국어 연수를 위해 8년 전 한국으로 왔다.

한림대와 시사영어사 등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말 우연히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외국인 계약직 공무원 공개채용 공모를 보게 됐다. 대학시절 3년간 워싱턴 주정부 교통보안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던 그였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지방정부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에 즉시 원서를 냈다.

그는 한국어와 중국어 실력이 뛰어난 데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벤필드는 앞으로 서울시 국제협력과에서 근무하게 된다.

해외 교류지역의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 영문으로 된 서울시 홍보 서류와 간행물을 감수하는 것 등이 그의 업무다. 벤필드는 "서울시 1호 외국인 공무원으로 일하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좋은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서울에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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