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걸리면 과학 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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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2000만 달러를 후원한 X프라이즈 콘테스트에 참가한 팀이 달 탐사를 시연하고 있다. [X프라이즈재단 제공]

최근 거액의 재산을 모은 벤처 기업가들이 기술 혁신에 큰돈을 내놓으며 대규모 과학 콘테스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과학 콘테스트는 TV의 리얼리티 쇼를 그대로 닮았다. 미국의 인기 TV 쇼 ‘서바이버(생존자)’ ‘미국의 차기 톱 모델’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승자 독식도 그대로다. 이런 방식이 기술 혁신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7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은 달 탐사 콘테스트를 후원하고 있다.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켜 500m 이상 탐사하고 고화질의 사진과 비디오를 지구에 전송하는 팀에 2000만 달러(약 200억원)의 상금을 준다. 앞서 1000만 달러가 걸린 민간 우주왕복선 개발 콘테스트의 상금은 2004년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후원한 우주선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 개발팀에 돌아갔다. 이후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 그룹 회장과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 등이 민간 우주왕복선 개발 사업을 후원해 1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과학 콘테스트를 주도하는 비영리 단체인 미 X프라이즈재단은 18일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2010년까지 1L에 43㎞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팀에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콘테스트를 발표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고효율의 환경친화적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콘테스트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찰스 린드버그가 1927년 뉴욕~파리 간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것도 2만5000달러가 걸린 경연대회를 통해서였다. 영국은 1714년 배의 항해에 필수적인 경도를 정확히 계산하는 대회를 열어 혁신을 이끌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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