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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뛰니 못 견디겠소 중기 “납품값 연동제 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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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원자재값이 오르면 납품단가를 따라서 올리는 가격연동제를 도입할 것을 17일 대기업에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 회장단에는 이런 논의를 할 합동 간담회를 제안했다. 중소업계 대표가 대기업 단체인 전경련에 회장단 모임을 제의한 것은 드문 일이다. 정부는 이런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날 보고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 고조=김기문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GM 등 미국의 많은 대기업은 납품받을 때 원자재값이나 환율과 납품가를 연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주면 좋겠지만 중소업계도 고통분담을 할 테니 납품업체들이 적자를 보지 않을 만큼이라도 단가를 현실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은 가격 협상력이 없는 ‘을’의 입장이라 개별적으로 대기업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은 이에 화답하듯이 이날 경북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원자재가격 납품단가 연동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13일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양보해야 할 사항 같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을 권고한 바 있다.

중기청은 우선 하도급법상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유형’에 ‘원자재값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중기청은 다음달 별도 팀을 구성해 하도급법 개정안을 만들어 6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원자재 갈등 확산일로=주물업계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17일 대기업 납품을 두 번째 중단한 데 이어 레미콘 업계도 19일 전국적인 생산 중단에 돌입한다. 아스콘업계와 플라스틱업계·알루미늄업계도 납품단가가 인상되지 않으면 원청업체를 상대로 공급·생산 중단 등의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납품단가를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 납품업체의 힘겨루기는 향후 열흘 정도가 고비다. 주물·아스콘 등 업계가 다음달 1일을 협상시한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기아자동차가 13일 주물업계에 수매가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 하지만 주물업계는 “우리 요구금액의 4분에 1에 남짓하다”며 17일 2차 납품 중단에 들어가는 등 입장 차가 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가를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한 때마다 납품단가를 인상해 왔다”며 “연동제는 일단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경련 간의 간담회 진전 결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라스틱조합 측은 “대기업들이 유가 급등을 빌미로 합성수지나 폴리에틸렌과 같은 원자재를 비싼 값에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이에 대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중소업계 의견을 표출해야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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