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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숨긴 부실 또 있나” 불안한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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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7일 증권 시장엔 무기력증이 팽배했다.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의 끝이 어딘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줄줄이 발표될 미국 투자은행의 실적이 증시를 흔들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주말 베어스턴스 사태가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키면서다. 베어스턴스 경영진은 지난주까지도 “신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를 속여 오다 사실상 부도를 냈다.

그러나 국내 주가가 단기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흘 새 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폭도 관심거리다. FOMC가 1%포인트 이상 금리를 낮추면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미국 투자은행 부실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건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뢰의 위기=지난달 초부터 주식시장에는 낙관론이 서서히 자리 잡았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적립식 펀드가 버텨준 덕분에 국내 증시는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투자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관측도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17일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팔려 나가자 증시 낙관론은 자취를 감춰 버렸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시해 온 다양한 해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사태가 신용위기의 문제에서 신뢰의 위기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가 의미 있는 반등에 성공하자면 무엇보다 미국 신용경색 위기가 수습될 조짐이 보여야 한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은 “미국 금리가 추가 인하되느냐와 금융기관 실적 악화가 혼재되는 이번 주가 앞으로 방향을 가늠하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망=단기 저점은 대부분 1500선 안팎을 꼽았지만 향후 전망에 관해선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대세는 비관론이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 둔화 효과가 앞으로 국내 기업 실적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커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도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가 생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3분기까지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점 매수의 기회라는 전망도 많았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이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인 때는 외환위기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세 번밖에 없었으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했다. 그는 “1600선 이하에서는 무조건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12개월에 그치는 단기 침체가 될 것”이라며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므로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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