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한나라·민주 소장파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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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한나라당대표를 비롯한 홍사덕 총무, 이상득 사무총장이 10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노무현대통령탄핵소추안 추진 대책등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탄핵안 발의에 반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이 고민에 빠졌다.기왕 발의가 이뤄진 바엔 당론대로 찬성하는 게 낫지 않겠냐 하는 점때문이다.

지난 9일 탄핵안 발의 때 서명하지 않은 양당 소장파 의원은 12명. 한나라당에선 남경필·원희룡·권영세·권오을·오세훈·윤경식·정병국 의원, 민주당에선 추미애·설훈·심재권·정범구·조성준 의원 등이었다.그러나 한나라당 원희룡, 민주당 추미애·설훈 의원 등 3~4명만 빼곤 태도들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당론을 따르라”는 주변 압박이 작용한 듯 하다. 특히 한나라당쪽이 많이 변했다. 발의 반대에 앞장섰던 남경필 의원은 “현재 고민 중이나 이젠 찬성·반대·기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표 출마를 선언한 권오을 의원도 “‘당권 경쟁에 나선 처지에 당론을 따르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냐’는 질책이 이어진다”고 말했다.이로인해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10일 오후에 모여 입장 조율을 시도키도 했다.

그러나 의견이 분분해 의견 통일에 실패했다.민주당쪽도 마찬가지다.정범구 의원도 “현재로선 반대나 나중에 입장을 정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결심을 미루는 의원들의 얘기는 비슷하다.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결정하겠다는게 주류다.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盧대통령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찬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민주당 심재권 의원도 “盧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단호히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발의안에는 서명했지만 표결 때는 부(否)표를 던지거나 불참하겠다는 의원도 있다.주진우 의원 등 주로 불출마 또는 공천탈락 의원들이다.때문에 탄핵 투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편 소장파들이 반대에서 찬성쪽으로 기운건 총선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이들이 탄핵안 발의에 반대했던건 여론의 역풍으로 자신의 선거를 망칠까 걱정했기 때문이지 본심은 아니라는 것이다.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주로 수도권 출신 소장파 사이에서 탄핵안 제출이 기정사실화된 바엔 차라리 탄핵을 밀어붙이자는 생각이 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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