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살았다’ 친박 안도의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의 ‘물갈이 폭풍’은 강남 벨트(서초·강남·송파)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다만 ‘영남 물갈이’와 같은 A급이 아니라 계파 안배를 고려한 B급 태풍이었다. 16일 발표된 공천의 최대 관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이혜훈(서초갑) 의원의 ‘생사’ 여부였다. 이 의원의 탈락은 친박 진영이 집단 행동에 나설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심위는 이날 논란 끝에 이 의원을 공천자 명단에 올렸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공천 결과를 보고받은 박 전 대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이 의원의 공천과 상관 없이 이번 공천 전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측근 의원은 “만일 이 의원까지 공천이 안 됐더라면 정말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모른다”며 “지금까지 우리 측을 학살해 놓고 이 의원까지 잘라냈다면 정치 보복이란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다른 측근은 전체 공천 결과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당화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공천”이라며 “아무 기준도 명분도 없이 특정 실세가 미는 사람이 대거 자리를 잡은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김덕룡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이날 친이명박계 핵심 인사였던 5선의 김덕룡(서초을)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서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았던 3선의 맹형규(송파갑) 의원이 탈락했다. 당초 탈락설이 나돌았던 김덕룡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인이 공천헌금을 받아 집행유예를 받은 경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김 의원의 자리에는 대선 과정에서 ‘BBK 소방수’로 활약한 고승덕 변호사가 공천을 받았다. 김무성 최고위원에 이어 김 의원마저 탈락함에 따라 당내 민주계는 세가 크게 줄게 됐다.

맹 의원의 탈락은 의외였다. 맹 의원은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총괄 간사로 중용됐다. 하지만 맹 의원은 서초갑에서 이혜훈 의원과 경합했던 박영아 명지대 교수에게 전략 공천이란 명목으로 자리를 내줬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강남 벨트에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김덕룡 의원을 제외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으면서 맹 의원에게 불똥이 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흠결 없이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수도권 심사는 전문가 중심으로, 영남권은 개혁지향적 방향으로 후보를 공천했다”고 설명했다.

◇이경재 탈락 지역 이규민씨 공천=공심위는 이날 강남 벨트 이외 지역에 대한 공천도 마무리했다. 김무성 의원이 탈락한 부산 남을에는 경실련 정책연구실장을 지낸 정태윤 전 한나라당 사이버대책본부장이 공천자로 내정됐다. 역시 친박계의 3선 이경재 의원이 배제된 인천 서-강화을엔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공천됐다.

정몽준 의원이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김에 따라 당초 이 지역 공천자로 확정됐던 이군현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경남 통영-고성으로 지역구를 옮기게 됐다. 정 의원의 원래 지역구인 울산 동구엔 안효대씨가 공천을 내정받았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17.4%

2004년 17대 총선 당선자 중 법조인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 전체 299명 중 52명이나 됐다. 4년 전 16대 총선에선 273명 중 41명으로 15%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당 공천에서 법조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안강민)과 통합민주당(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둘 다 법조계 출신 인사다.

[J-Hot] 김덕룡·맹형규·박계동 공천 탈락…한나라 공천 완료

[J-Hot] '이삭줍기' 신호탄? 이용희·엄호성 선진당 입당

[J-Hot] 김장수, 한나라 입당…민주 "양다리 장수씨"

[J-Hot] 손학규 "종로서 초·중·고·대 다녀" 박진 "종로 바닥 6년간 다져"

[J-Hot] 안철수 "정치 뜻 없어"…정운찬도 고사…속타는 손학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