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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공시’여전 … 35%가 나중에 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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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권시장이 침체하자 주가 띄우기를 위한 엉터리 공시가 늘고 있다. 실적을 ‘뻥튀기’해 발표했다가 나중에 ‘아니면 말고’식 정정 공시를 내는가 하면, 회사에 불리한 공시는 투자자 관심이 뜸한 금요일 오후에 슬쩍 내는 ‘올빼미’ 공시도 부쩍 늘었다. 증권선물거래소 정운수 홍보팀장은 “공시는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침서”라며 “불성실 공시로 신뢰를 잃으면 증시 전체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사의 3분의 1이 정정 공시=16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4일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밝힌 상장사(1354개 사) 가운데 35%(477개 사)가 추후 정정 공시를 냈다. 상장사는 매출액이나 손익이 30% 이상 줄거나 늘면 시장에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실적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기도 했다. 코스닥 기업인 선양디엔티는 지난달 29일 지난해 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지만 13일 외부감사 결과 7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정정했다. 동부하이텍도 지난달 13일 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6일에 정정 공시를 통해 14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고 알렸다. 감사 결과 영업이익이 대폭 줄거나 손실액이 확대된 사례도 있었다. 세신은 당기순손실이 61억원에서 80억원으로 늘었 다.

◇‘올빼미 공시’도 여전=상대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덜한 시간을 이용해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14일 금요일 장 마감 후 10여 개 코스닥 기업이 일제히 실적 악화, 감자, 횡령 등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시했다. 폴켐은 지난 금요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지난해 31억4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6억550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도 94억8000만원을 기록, 전년보다 적자 폭이 300% 이상 확대됐다. 특히 자본잠식률이 78.53%에 달했다. 이는 관리종목 지정 및 매매거래 정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0주를 동일 액면가 1주로 병합하는 90%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 발행 실패, 횡령 발생과 관련한 공시도 잇따랐다. 베스트플로우는 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이 전액 미청약으로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세 차례나 납입일을 연기한 끝에 결국 발행에 실패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퇴출 위기에 몰린 한계 기업이 위기 탈출을 위해 자금 조달 관련 공시를 냈다가 정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현 규정으로는 이를 처벌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만큼 투자자가 정정 공시나 취약 시간대 공시를 꼼꼼히 챙겨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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