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82년 노벨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인기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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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67)는「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선보여온 작가다.
신화적인 상상력과,자연과학자와 같은 꼼꼼한 관찰과 묘사를 혼융시킨 그의 소설은 과학과 이성의 눈으로 현실을 그려온 서구 리얼리즘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기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미국.프랑스 등지에서 출간된 마르케스의 신작 장편『사랑과 그 밖의 악마들에 관하여』(Of Love And OtherDemons)는 서구에서 마르케스의 인기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작품.이 소설은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진 입한 것은 물론 각종 매체로부터 화려한 비평적 조명을 받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스페인 후작의 딸 시에르바는 창백하고 겁많은 아버지와 자신을 미워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어릴 때부터 흑인 노예들과 자란 그녀는 흑인의 마음을 지니게 된다.그결과 그녀의 삶은 원시적 건강본능에충실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그러나 어느날 개에 물리고 나서 그녀의 인생은 달라진다.부모와 성직자들은 광견병에 걸린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다.광견병을 악마가 순결한 육체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믿어온 마을의 주교와 부모는 그녀의 몸에서 악마를 쫓기위해「엑소시스트」(귀신을 쫓아내는 사람)를 불러 온다.그러나 그녀는 악마를 몰아 내기 위해 그 녀에게 가해진 가혹한 주술행위로 인해 12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한다.
불꽃같이 탐스런 머리카락을 지녔던 그녀는 머리카락에 악마가 깃들였다고 생각한 주변사람들 때문에 삭발당한 채 관속에 들어갔다.그리고 2백년후인 1949년 수도원 발굴 현장에서 다시 햇빛을 보게 된다.그녀의 관속에서는 놀랍게도 오래된 뼈에 불꽃같은 머리가 휘감겨 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마르케스는 소설의 서두에서 환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이미지로 이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죽은 시체에서 탐스런 머리가 자라난 현장의 이미지는 마르케스 소설의 경향을 압축하는 이미지다.
이 작품에서 악마라고 생각된 그녀의 모습은 다름아닌 흑인들로부터 배운 생활방식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마르케스는 동물적 속성 혹은 원시적 건강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에 대한 혐오와 공포로부터 비롯된 종교적 결벽성이 얼마나 배타적인 광기로 발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현재 국내 번역이 진행중이며 6월에는 마르케스의 중.단편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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