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로마 성풍속사1.2""그리스 성풍속사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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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구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시대의 벽화나 조각에는 유달리 남자 누드를 주제로 한 것이 많다.남자들끼리 스포츠를 즐기는 장면도 그렇고,남녀가 같이 등장하는 작품에도 누드는 남자쪽이 더많다. 그러나 로마시대에 이르면 이런 남자 나체상을 찾기 힘들게 된다.
왜 그럴까.
이같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성풍속에 얽힌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 나란히 번역 출간되었다.한스 리히트의 『그리스 성풍속사 1.2』와 오토 키퍼의 『로마 성풍속사 1.2』(도서출판 산수야 刊).
이 책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문학작품과 연극.종교.축제행사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성풍속을 재구성하고 있다.소포클레스.
호라티우스.베르길리우스.프로페르티우스.오비디우스.사포등 지금까지 전해지는 당시의 작품이 거의 모두 인용될 정도 로 자료도 풍부하다.
이 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예술작품에 남성노출이 많은 것은남성이야말로 생명을 창출하는 자연의 상징이자 「번식」의 신비한도구로 거의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리스인들은 체력적으로 완벽한 나체를높이 평가했고 또 그것을 감상하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것은 성욕때문이 아니라 육체가 지니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남성 나체상이 로마시대에 자취를 감추는 것은 그리스인들이 나체를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과 달리 로마인들은 그것을 악의 근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시대에도 남근에 대한 숭배는 계속되었다.남근조각이악마를 쫓는 부적으로 인식돼 거의 모든 도시성문에 내걸렸는데 이 남근부적은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인들의 외설스런 시각 때문에고대사박물관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성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다.동성애와 매춘까지도 지극히 정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가 매춘부와의 사이에 아이를 얻었을 때도전혀 비난을 받지 않았다.자위행위에 대해서도 그리스인들은 사생아.미혼모.자살등을 방지할 수 있는 섹스의 대체행위로 인식했다. 여류시인 사포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각각 동성애를 나눴다는기록에서 보듯 이런 형태의 사랑 또한 변태가 아니라 사랑의 독특한 형태로 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시대의 남성 나체작품에 보여지는 에로틱한 면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쾌락의 표현이 아니라 그리스인 생활의 활력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그리스 성풍속사』의 저자 리히트는 고대 그리스어에 오늘날의 「불장난」「정사」「요염」에 해당하는 어휘가 보이지 않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로마시대로 내려오면서 성의 형태는 사디즘적 경향이 두드러진다.소박한 농업민족이었던 로마인들이 제국내 노예를 다스리다보니 폭력적으로 흘러 성생활도 사디즘으로 타락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그전에도 로마인들은 성에 있어서는 항상 본능적이었고 육체적이었다.이런 사디즘이 제국형성 과정에서는 로마국력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제국건설이란 목표가 달성된 뒤에는 노예학대와 잔혹한 죄수 처벌등 공포분위기 조성으로 나타났다.
두 저자는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생활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육욕의 지배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그리스인은 그 육욕을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킬수 있는 능력을 지녔던 반면 로마인들은 그리스시대에는 뚜렷하게 알려지지도 않았던 사디즘이란 비정상적인 형태로 흐르고 말았다는 것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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